“블록체인 간 상호운용성 구축은 대륙 간 열차 궤도를 만드는 것과 유사합니다. 먼저 주류가 된 기업이 궤도 제작 표준을 선점하죠. 하나은행도 빠르게 주류가 되겠다는 관점에서 상호 운용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1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업비트 D 컨퍼런스에서 정재욱 하나은행 인공지능(AI)·디지털전략본부 상무는 블록체인 상호운용성에 관한 질문에 “특정 기간 동안 파트너사와 협력해 먼저 인프라를 구축해 주류가 되면, 나머지 기업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금융사가 많아지면서 상호운용성은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다양한 블록체인 간 네트워크가 연동돼야 각 체인에 흩어져 있는 유동성을 한데 모을 수 있다. 특히 실물연계자산(RWA), 토큰증권 등 서비스를 준비하는 금융사는 자금이 각 체인을 손쉽게 넘나들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하나은행은 먼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블록체인 인프라를 만들어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다. 하나은행은 최근 미래에셋증권과 협력해 토큰증권 시스템 개발을 대부분 완료했다. 타 기업보다 발빠르게 서비스를 내놔 토큰증권 시장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미국 가상자산 수탁기업 빗고와 합작법인인 빗고 코리아를 세우고,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정 상무는 “법인계좌가 열리고 다양한 거래가 늘어나면 커스터디 서비스가 필수”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출범한 가상자산위원회는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서비스 확대를 위해선 금융사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니 프라이 클리어뱅크 디지털 자산 그룹 책임은 “은행들이 각자 솔루션을 제시하기보다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솔루션을 같이 만드는 게 사용자 관점에서는 유리하다”고 말했다. 분형 찬 도이치은행 아태지역 보안·기술 변호 및 응용 혁신 사업 총괄 책임은 “각 국가에 부합하는 규제 환경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디지털 환경에 옮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표준이 먼저 정립돼야 블록체인 기반 금융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도예리 기자
- yeri.do@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