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스팀달러(SBD)’가 상장폐지가 결정된 이후 가격이 급등하고 거래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주위가 요구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까지 나서 “제2의 테라·루나 사태 발생이 우려된다”고 경고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을 매수한 뒤 가격을 띄우고 매도해 수억 원을 챙긴 투자자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이 법에 따라 처리한 첫 사례다.

16일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스팀달러는 이날 저가 6901원, 고가 1만 1890원에 거래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오후 3시 기준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24% 이상 오른 9900원 선으로, 24시간 동안의 거래 대금은 5264억 원을 넘어섰다. 스팀달러는 미화 1달러에 가치를 고정(페깅)한 스테이블코인이다. 1개당 1450원 선에 거래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과열 양상을 보이며 1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 형성됐다.

문제는 스팀달러가 다음 달 12일 업비트에서 거래 지원이 종료(상장폐지)된다는 점이다. 업비트는 스팀달러 거래의 99.8%가 업비트에서만 이뤄지고 스테이블코인인데도 변동성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로 이달 13일 이같이 공지했다. 실제 스팀달러는 업비트와 중국계 거래소 ‘훠비(HTX)’ 두 곳에서만 거래되고 있으며 훠비에서의 거래량은 극히 적다. 업비트에서 퇴출되면 다른 거래소로 코인을 옮긴 뒤 처분할 수조차 없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가격 하락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2의 테라·루나 사태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스팀달러는 2017년 업비트에 상장된 이후 역대 최저가는 2020년 10월 18일 267원, 최고가는 2021년 5월 20일 2만 1501원을 기록했다. 개당 1달러로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지만 가격 변동 폭이 너무 컸다. 스팀달러는 테더(USDT)나 USD코인(USDC)처럼 법정화폐 기반 코인이 아닌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점에서 테라와 유사하다. 테더와 USD코인은 발행량과 동일한 금액의 미 국채 등 달러화 표시 자산을 보유해 코인의 가치를 1달러에 연동시킨다. 반면 스팀달러는 스팀이라는 코인과 가치를 연동시켰다. 테라와 루나의 관계와 똑같다.

시장에서는 업비트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스팀달러가 상장폐지되면 가격은 말 그대로 0원이 된다”며 “2017년 상장 이후 방치하다가 뒤늦게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곧이어 상폐를 발표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 책임론도 나온다. 김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스팀달러 거래가 지속되도록 한 것은 투자자 기망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과거 테라·루나 사태 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리 소홀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면 금융 당국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가상자산을 매수한 뒤 가격을 띄워 전량 매도하는 수법으로 수억 원을 챙긴 투자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혐의자는 특정 가상자산을 매수해놓은 다음 단시간에 반복 주문을 내 가격과 거래량을 상승시켰다가 매수 물량을 전량 매도해 수억 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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