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대부분이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스테이블코인 스팀달러(SBD)가 상장폐지를 앞두고 광란 수준의 거래량과 변동성을 나타내며 대형 투자자 피해를 예고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까지 나서 “제2의 테라·루나 사태 발생이 우려된다"고 경고할 정도다.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스팀달러는 16일 저가 6901원, 고가 1만 1890원을 기록하는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오후 3시 기준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24% 이상 오른 9900원 선이다. 24시간 동안의 거래대금은 5264억 원이 넘었다.
스팀달러는 미화 1달러에 가치를 고정(페깅)한 스테이블 코인이다. 때문에 1개당 1450원 선에 거래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초단기 차익을 노린 광란의 거래가 이뤄지면서 1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 형성됐다. 더구나 업비트가 이 종목을 다음달 12일 거래지원 종료(상폐)한다고 13일 공지한 것을 감안하면 이 가격은 더욱 말이 안 된다.
이 코인은 거래의 99.8%는 업비트에서 이뤄진다. 해외에서는 중국계 거래소 훠비(HTX)에만 상장돼 있는데 거래량이 워낙 적다. 업비트에서 퇴출되면 다른 거래소로 코인을 옮긴 뒤 처분할 수조차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국내 투자자의 피해가 눈에 보이는 상황이다보니 국회의원까지 경고에 나섰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스팀달러의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가운데 업비트가 다음달 12일 이 종목 거래를 종료할 예정이라 가격 하락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2의 테라·루나 사태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팀달러는 테더(USDT)나 USD코인(USDC)와 같은 법정화폐 기반 코인이 아닌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면에서 테라와 유사하다. 테더와 USD코인은 발행량과 동일한 금액의 미 국채 등 달러화 표시 자산을 보유해 코인의 가치를 1달러에 연동시킨다. 그와 달리 스팀달러는 스팀이라는 코인과 가치를 연동시켰다. 테라와 루나의 관계와 똑같다.
때문에 스팀달러의 달러화 가치 연동은 무너진지 오래됐다. 2017년 업비트에 상장된 이후 역대 최저가는 2020년 10월 18일의 267원이고 최고가는 2021년 5월 20일의 2만 1501원이다. 말은 개당 1달러로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인데 실제 가격 변동폭은 어마어마했다.
업비트는 스팀달러 물량 대부분이 자사에서 거래되고 가격 변동성이 심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30일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지만 이후에도 엄청난 거래량을 동반한 채 가격이 춤췄다. 이달 3일에는 2828원으로 하락더니만 9일에는 4조 원 규모가 거래되며 1만 7400원을 기록했을 정도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스팀달러가 상폐되면 가격은 말 그대로 0원이 된다"면서 “2017년 상장 이후 방치하다가 뒤늦게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곧이어 상폐를 발표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책임론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스테이블 코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스팀달러 거래가 지속되도록 한 것은 투자자 기망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금융당국은 과거 테라·루나 사태 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관리 소홀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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