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체인에서 솔라나 체인으로 50USDC 보내줘.”
문자 메시지를 보내듯 간단한 명령 한 줄로 복잡한 멀티 체인 거래가 완료된다. 전세계 5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바이코노미가 선보이는 인공지능(AI) 기반 온체인 플랫폼 노미(NOMY)의 모습이다.
지난 17일 디센터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아니켓 진달 바이코노미 공동 창업자는 “노미는 사용자의 거래 패턴을 분석해 최적화된 거래를 추천하는 개인 온체인 어시스턴트”라며 “앞으로 몇 주안에 알파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바이코노미는 기업간거래(B2B) API와 SDK 개발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웹3의 더 폭넓은 대중화를 위해서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노미는 바이코노미의 첫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서비스다. B2B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일반 사용자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바이코노미는 지난 2019년 설립 이후 계정 추상화(AA) 기술을 통해 복잡한 블록체인 거래를 단순화하는 데 주력화해왔다. 계정 추상화는 기존 가상자산 지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사용자들이 결제를 하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계정을 만든 뒤 이더리움(ETH)을 구매하고, 지갑으로 출금해야 한다. 이어 반복되는 승인 요청에 서명한 뒤 가스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거래 수수료를 지불할 ETH가 부족하거나 잦은 서명 요청에 부담을 느끼는 등 다양한 진입 장벽이 존재했다. 바이코노미는 계정 추상화 기술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사용자는 ETH가 아닌 다른 가상자산으로도 수수료를 지불할 수 있고, 때로는 가스비가 면제되는 등 더욱 유연한 거래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바이코노미는 JP모건,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JP모건은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에서 바이코노미의 가스리스(gasless) 거래 기술을 경험한 뒤 직접 연락해 협업을 제안했다"라고 진달 대표는 회상했다. 최근에는 폴리곤, 옵티미즘, 아발란체 등 주요 레이어1(L1)·레이어2(L2) 프로토콜과도 긴밀히 협력하며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XRP레저(XRPL) 생태계 확장도 본격화한다. 진달 공동창업자는 "XRPL은 거대하고 활발한 사용자 기반을 가진 생태계"라며 "특히 XRP EVM 사이드체인과 다른 EVM 호환 체인들 사이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XRPL 기반 지갑 서비스인 기린 월렛과 협력해 가스리스 거래, 일괄 처리 거래 등의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 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 지난해 말 국내 주요 거래소인 빗썸에 바이코노미의 거버넌스 토큰 '비코(BICO)'를 상장한 데 이어 현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진달 공동창업자는 "한국은 전체 인구의 30% 이상이 가상자산을 보유할 정도로 시장이 성숙했고, 거래량도 미국과 비견될 만큼 크다"며 "한국 기업들과도 적극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AI 도입을 통한 사용자 경험 개선과 함께 새로운 네트워크 제품 출시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진달 공동창업자는 "온체인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복잡한 거래를 단순화하고, 계정 추상화와 결합된 모델 실행 환경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웹3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남아시아의 방콕,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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