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는 상호 관세를 유예하겠다고 선언하자 가상자산 가격이 일제히 급반등하고 있다. 불과 사흘 전 8만 달러가 붕괴되며 7만 4000달러대까지 급락했던 비트코인(BTC) 가격은 단숨에 8만 300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10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BTC는 8만 3034.72달러에 거래됐다. 24시간 전 대비 8.26% 상승했다.
알트코인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같은 시간 알트코인 대장주인 이더리움(ETH)은 13.87% 급등한 1671.07달러를, 엑스알피(XRP)는 15.52% 상승한 2.06달러에서 거래됐다. 솔라나(SOL) 역시 13.51% 오른 119.25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거래소에서도 상승장이 펼쳐지고 있다. 빗썸에서 BTC는 전날 대비 6.05% 상승한 1억 2227만 원을 기록했다. ETH는 11.75% 오른 246만 3000원, XRP는 11.95% 상승한 3045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상자산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관련 언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국가별 상호관세가 시작된 지 13시간여 만에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는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올리고 나머지 국가들에 대해서는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에 뉴욕 증시는 기록적으로 폭등했다. 9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7.8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9.5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2.16% 상승했다. CNBC에 따르면 S&P500의 이날 상승폭은 2008년 이후 최대, 2차 세계 대전 이후 세 번째로 컸다. 다우존스는 2020년 3월 이후, 나스닥은 2001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가상화폐 펀드 스플릿 캐피털의 설립자인 자히르 에브티카르는 "지난 2주간 행정부는 매일 관세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는데, 대통령이 이렇게 빨리 관세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것은 분명히 유연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시장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 상승은 비트코인이 위험 자산처럼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사람들이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 시장의 신호"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데이터분석기업 알터너티브닷미의 크립토공포탐욕지수는 전일 대비 6포인트 하락한 18포인트로 ‘공포’ 단계를 유지 중이다.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룩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를 의미하며, 100에 가까울수록 시장 과열을 나타낸다.
- 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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