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바이낸스코인(BNB)과 트론(TRX)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장 내 ‘소외’ 양상을 드러냈다. 두 가상자산 모두 최근 불거진 스테이블코인 FDUSD 관련 리스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점이 공통점으로 지목된다.
10일 오후 2시 25분 코인마켓캡 기준 이더리움(ETH)은 전일 대비 11.66%, 엑스알피(XRP)는 11.32%, 솔라나(SOL)는 10.03% 상승하며 두 자릿수 급등세를 나타냈다. 반면 BNB와 TRX는 각각 5.33%, 6.28% 오르는 데 그쳤다.
시장 소외 배경에는 저스틴 선 트론 설립자의 공개 폭로가 자리하고 있다. 선 설립자는 최근 퍼스트 디지털 트러스트(FDT)가 트루USD(TUSD)의 준비금 4억 5600만 달러를 제3자에게 무담보로 대출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자금은 두바이에 등록된 아리아 커머디티즈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케이맨제도에 등록된 펀드 아리아 CFF와 연결돼 있다. 두 회사의 경영진이 부부 관계로 얽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TUSD는 테크터릭스(Techteryx)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다. 퍼스트 디지털 트러스트는 TUSD의 준비금 일부를 보관·운용한 수탁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선 설립자는 “이번 사안은 FTX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며 “국제적인 폰지 사기 정황”이라고 비판했다. 선 설립자는 해당 준비금 유용으로 인해 TUSD가 붕괴 위기에 처하자 운영사에 5억 달러를 대출하며 이를 방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모든 행위는 공익을 위한 것"이라며 "법적 절차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퍼스트 디지털 트러스트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10일 선 설립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홍콩 고등법원에 고소하고, 발언 금지를 요청했다. 퍼스트 디지털 트러스트는 “자산은 전액 상환 가능하다"면서 "저스틴 선의 주장은 경쟁사 FDUSD를 흠집내기 위한 조직적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FDUSD는 퍼스트 디지털 트러스트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으로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다. 이번 선 설립자의 폭로는 FDUSD에도 직격탄이 됐다. 선 설립자의 경고 이후 지난 3일 FDUSD는 0.91까지 가치가 하락했다.
이번 디페깅 현상으로 시장 불신이 확산되면서, FDUSD와 연관된 바이낸스에도 불똥이 튄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는 이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전반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1월부터 바이낸스USD(BUSD) 지원을 순차적으로 중단했다. 이후 FDUSD를 대체 스테이블코인으로 채택하고 사용자 전환을 유도했다. BUSD는 바이낸스와 팍소스가 공동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으로, 2023년 뉴욕금융감독청(NYDFS)의 제재를 받고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FDUSD 논란이 TRX와 BNB의 상승폭을 제한한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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