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104% 고율 관세를 공식화하면서 주식과 가상자산은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미국의 재정 불균형과 통화정책 한계는 비트코인(BTC)에 장기적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9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BTC는 전일 대비 4.08% 떨어진 7만 6662.73달러를 기록했다. 알트코인 대장주인 이더리움(ETH)은 7.10% 내린 1466.3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 처음으로 엑스알피(XRP)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시장 전반에 드리운 투자심리 악화로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XRP는 6.90% 떨어진 1.80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시장도 흐름은 비슷하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기준 BTC는 전일 대비 1.96% 하락한 1억 1511만 5000원이다. ETH은 3.75% 떨어진 22만 5000원, XRP는 4.65% 내린 2708원을 기록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 재점화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가상자산과 뉴욕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9일 0시 1분부터 상호관세를 본격 적용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거듭 밝혔다. 중국에는 보복성 50%를 포함해 총 104%에 달하는 초고율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86개국에도 11~50% 수준의 관세를 예외 없이 부과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세계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관세 조치 재확인 이후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8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20.01포인트(0.84%) 떨어진 3만 7645.5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7% 하락한 4982.7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15% 내린 1만 5267.91에 각각 마감했다. S&P 500 지수가 500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24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 지수는 지난 2월 고점 대비 19% 하락해 약세장 진입 기준인 20% 하락에 근접했다. 다우지수와 S&P 500은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오히려 BTC의 장기적 매력도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코인텔레그래프는 “단기적으로는 BTC와 주식 시장 간 양의 상관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국 정부의 재정 불균형이 중장기적으로 BTC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발행량이 고정된 BTC는 통화 공급 확대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평가다.
가상자산데이터분석기업 알터너티브닷미의 크립토공포탐욕지수는 전일 대비 1포인트 오른 24 포인트로, ‘극도의 공포’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룩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를 의미하며, 100에 가까울수록 시장 과열을 나타낸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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