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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을 위한 법률은 없다] ‘김치 프리미엄’ 이용한 차익거래 가능할까

정재욱 법무법인 세종변호사


◇김치 프리미엄의 등장

비트코인이 등장하던 2009년 당시에는 암호화폐(가상화폐)를 원화나 달러 등 현실의 화폐를 주고 산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웠다. 암호화폐는 아무런 가치가 없고 전자기록 내지 프로토콜에 불과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변화가 온 것은 2010년부터다. 사람들은 점차 비트코인에 가치를 부여하고 사고 팔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거래를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업체도 나타났다. 통상 암호화폐 거래소라 불리는 이러한 업체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일본 등 세계 곳곳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인룸, 코빗 등 수많은 거래소가 설립됐다. 이 때 각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가격은 거래소 별로 다른 경우가 많다. 국가별로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와 공급, 전망성, 규제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부터 암호화폐 열풍이 불면서 다른 나라보다 암호화폐 가격이 비싸게 형성돼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9월 초기코인공개(ICO)를 전면 금지하면서 국내에서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들어 이를 지급하고 해외의 기존 암호화폐를 들여오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해외 암호화폐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달러화나 위안화 등 외화를 반출한 뒤 이를 통해 구입할 수 밖에 없는데 외국환거래법령상 일정 한도 이상으로는 합법적으로 외화를 반출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암호화폐를 구입하기는 어렵다. 그 영향으로 국내에 있는 암호화폐의 가격은 더욱 상승했고 여기에 투기 심리까지 합쳐져 지난 2017년 11월부터 암호화폐 가격은 폭등했다. 그 결과 국내거래소와 해외거래소 사이의 암호화폐 가격은 점차 벌어졌다. 현재 같은 암호화폐라도 국내거래소에서는 해외거래소보다 10~60% 정도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이같은 가격 차이를 가리켜 소위 ‘김치 프리미엄’이라 한다.

◇이어지는 차익거래 시도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하면 손쉽게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해외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사서 국내거래소에서 팔면 되는데, 이를 차익거래 또는 재정거래(Arbitrage)라 한다.

예컨대 국내거래소의 1비트코인 가격은 1,300만원이고 미국에 있는 해외거래소의 1비트코인 가격은 1만 달러라 가정해보자. 환율은 1달러당 1,100원이라 가정한다. 이 경우 아래 그림에서 한국에 살고 있는 A가 미국에 살고 있는 동업자 B에게 1만 달러를 보내서 1비트코인을 사고, B로부터 1비트코인을 전송 받아 한국 거래소에 1,300만원에 판다고 가정해보자. 이 거래를 통해 A와 B는 200만원이라는 차익을 얻게 된다. 송금 수수료가 일부 들겠지만 상당한 수익이다. 100비트코인을 거래한다면 2억원, 10,000비트코인을 거래한다면 200억원을 얻을 수 있다.

차익거래의 구조


◇현행법상 가능할까

차익거래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돈 벌기 쉬운 방법이지만 현재 위와 같은 거래를 합법적으로 하기는 어렵다. 비트코인을 해외거래소에서 구입하기 위해서는 ‘해외송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환거래법령상 건당 미화 3,000 달러를 초과해 지급하고자 할 경우 원칙적으로 외국환은행에 그 사유와 금액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예외 중 하나로 연간 누계금액이 미화 5만 달러 이내인 경우 가운데 지정거래외국환은행을 통하는 경우에는 증빙서류 제출 없이 지급할 수 있다. 만약 지급 등 또는 그 원인이 되는 거래가 외국환거래법령 및 타법령 등에 의해 신고 등을 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그 신고 등을 먼저 하여야 한다(외국환거래규정 제2-1조의2, 제4-2조 등 참조).

송금의 액수, 사유, 목적에 따라 신고가 필요한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소액 자본거래(건당 3,000 달러 이하, 연간 누계 5만 달러 이하)의 경우 신고의무가 없다. 만약 송금을 하는 사유가 아이폰 등 해외 상품을 수입하기 위한 것이라면 금액에 따라 대외무역법, 관세법이 적용되어 수출입승인 신고 등이 필요할 수 있고, 해외에 있는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외국 법인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라면 해외직접투자신고가 필요할 수 있다.

◇암호화폐 구입은 어떤 신고가 필요할까

문제는 암호화폐 구매는 어떠한 거래에 해당하는지, 이를 위해 송금할 때 신고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신고를 해야 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만약 암호화폐를 상품으로 보게 된다면 암호화폐를 구입하는 것은 ‘암호화폐의 수입’으로서 경상거래에 해당하게 된다 .이 경우 대외무역법, 관세법 등에 따라 수출입승인 신고 등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암호화폐를 화폐로 보게 되면 암호화폐를 사는 행위는 자본거래에 해당해서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한국은행 신고 등이 필요할 수 있다. 결국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지 않는 이상 암호화폐의 거래가 경상거래인지, 자본거래인지, 신고가 필요한지, 신고가 필요하다면 어떤 신고를 해야 하는지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는 대외지급수단?

이와 관련해서 암호화폐가 외국환거래법상 대외지급수단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는 기능상 대외지급수단과 상당히 유사하다. 만약 암호화폐가 대외지급수단에 해당한다면 일반적인 외화와 비슷하게 신고 업무를 처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외국환거래법상 대외지급수단은 ① 외국통화, ② 외국통화로 표시된 지급수단, ③ 그 밖에 표시통화에 관계없이 외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급수단을 의미 한다(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항 제4호).

암호화폐가 외국통화 내지 외국통화로 표시된 지급수단이 아님은 명백하다. 그러나 외관상 그 밖에 표시통화에 관계없이 외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급수단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경우 외국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밖에 표시통화에 관계없이 외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급수단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가 ‘지급수단’ 자체에 해당해야 하는데, 거래법령에서는 ‘지급수단’을 열거해서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열거주의). 암호화폐는 열거 범위 중 그 어디에도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항 제3호, 동법 시행령 제3조) .

◇합법적인 방법을 찾기는 어려워

결국 현행법상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은 명확하지 않고, 그 결과 암호화폐 구입을 위한 해외송금 시 외국환거래법상 신고의무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떤 신고를 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

실무적으로 한국은행은 아직 관련 규제 내용이 정비되지 못했기 때문에 암호화폐와 관련된 직·간접 거래에 따른 신고는 현재 일절 불허하고 있있다. 국내시중은행도 암호화폐 구입을 위해 달러를 송금하거나 반대로 암호화폐 매각대금을 해외로 반출하려는 경우 이에 대한 송금을 거부하고 있다. 그 결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구매를 위해 해외에 자금을 합법적으로 송금할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달러를 직접 들고 반출할 수 있나

해외에서 저렴하게 암호화폐를 사기 위해 수억 원에 달하는 외화를 직접 들고 나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 등 동남아로 출국할 때 여행경비 명목으로 수억 원에 달하는 외화를 반출한 뒤 이를 바탕으로 암호화폐를 구매하고 국내 거래소에 되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방법 또한 합법적이라 보기 어렵다. 예컨대 해외여행경비로 미화 1만 달러를 초과하는 외화를 반출하려는 경우 반드시 관할세관장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 등을 하지 않고 외화를 반출하거나 암호화폐를 사는데 반출 자금을 쓰고서 여행경비로 썼다고 하는 경우에는 처벌을 받는다. 위반금액이 미화 3만 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미화 3만 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외국환거래법 제17조, 제29조, 동법시행령 제40조 제2항).

◇신용카드로 구입하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나?

혹자들은 신용카드를 이용해서 구매하면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도 암호화폐를 구입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실제 해외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암호화폐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 암호화폐 거래소(CEX.IO)의 경우 Master/Visa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게 한 바 있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비트코인 구입/사진=영국 암호화폐 거래소 CEX 참조
그러나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이러한 방법이 합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신용카드로 해외 물품 등을 구입하거나 외국 ATM에서 외화인출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은 지급’에 해당한다. 이처럼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고 지급 등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예외사유(국제기구, 국제단체, 국제회의에 대한 가입비, 회비 및 분담금을 지급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원칙적으로 관할 기관에 신고할 필요가 있다. 예외 사유는 미화 1만 달러 이하의 금액을 해외여행 경비나 해외 물품 구매 용도로 쓰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특히 외국환거래법령상 신용카드의 해외이용실적(외국에서의 외국통화 인출 실적 포함)은 여신금융전문협회로 통보되며(통계적 목적), 연간 1만 달러를 초과하는 이용내역은 국세청장 및 관세청장에게 통보된다(외국환거래규정 제10-6조). 관세법 시행령에서는 관세부과와 관계 없는 숙박이나 교통비 사용을 제외하고 5,000달러 이상 신용카드를 대외 지급하거나 인출하면 관세청장에게 내역이 통보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올 4월 1일부터는 금액 기준이 건당 600달러 이상으로 강화된다.

이같은 규정 때문에 신용카드를 이용해 대량의 암호화폐를 구입하는 경우 관련 기관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신용카드로 암호화폐를 구입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방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소탐대실하는 경우는 없어야

위와 같이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해외송금 시 송금 한도 등을 준수하고, 송금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경우 한국은행, 외국환은행 등에 대한 적법한 신고 등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정부당국은 외국환거래법령을 위반한 암호화폐 거래자금 환치기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 합동단속을 추진하며 특히 해외여행경비를 가장한 암호화폐 구매자금 반출을 방지하기 위해 고액 해외여행경비 반출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인 바 함부로 차익거래를 시도하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정재욱 변호사

정재욱 변호사는 연세대 경영대학,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후 법무법인 세종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 기업 창업을 지원하는 컴퍼니 빌더 회사인 ‘체인파트너스’, 소액해외송금 전문 핀테크업체 ‘센트비’의 자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 ‘윤비’의 한국 진출 관련 자문도 수행한 경험이 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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