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가상)화폐 투자자들의 투기적 성향이 누그러지고 나면 그 원천기술인 블록체인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는 더 탄탄해질 것입니다.”
국내 대표 핀테크 기업인 데일리금융그룹의 신승현(39·사진) 대표는 가상화폐의 투자 광풍이 거품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는 최근 서울 가락동 한국인터넷진흥원 핀테크기술지원센터에서 열린 ‘핀테크가 그리는 2018 트렌드’ 강연에서 현재 가상화폐 가격과 사용자들이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가치의 크기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는 분석으로 ‘거품’을 설명했다.
신 대표는 블록체인이 데이터를 과거와 다른 이동·저장방식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신뢰와 신용을 완전무결하게 확보하도록 하는 데 가치가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전 세계 모든 데이터를 블록체인 같은 방식으로 할 필요는 없다”며 “그 방식이 의미 있는 곳에서만 사용되면 되고 그런 점에서 다수의 블록체인 개발 플레이어들이 나오고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인 모두가 사용 가능한 퍼블릭(개방형) 블록체인은 특정 소수를 위해 주로 대형 기업이 운용하는 프라이빗(폐쇄형) 블록체인과는 다르다. 돈이 없는 퍼블릭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운용에 필요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개발한 게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코인)다. 신 대표는 “미래에 우리가 퍼블릭 블록체인을 얼마나 의미 있게 보고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가상화폐의 가치도 달라질 것”이라며 “블록체인이 핀테크 시장의 ‘게임체인저’인 것은 맞지만 지금은 5년 후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데일리금융그룹은 투기 광풍이 불기 전인 지난해 가상화폐 아이콘을 발행했는데 한때 시가총액이 4조원을 넘어섰으며 글로벌 가상화폐 순위 20위권 안에 랭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가상화폐 3대 거래소인 코인원도 인수했다. 신 대표는 “그때는 선견지명과는 무관하게 가상화폐가 여러 투자 분야 중 하나에 불과했던 만큼 현재의 성장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며 “이처럼 시장 판 자체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설사 가상화폐의 가치가 ‘제로(0)’가 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고 말했다.
데일리금융그룹은 2015년 설립됐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로보어드바이저(RA) 등 관련 서비스 및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2016년부터 데일리금융을 이끌고 있는 신 대표는 원래 증권사에서 금융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린 디지털 전환(트렌스포매이션) 전문가다.
그는 “급속한 현금 디지털화로 단순히 송금같이 돈을 이동시키는 금융서비스는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서비스 업체가 열심히 발품을 팔아 캐낸 실물자산과 연결시켜주는 이른바 ‘스마트자산관리’ 서비스만 생존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또 핀테크가 기존 금융에 이미 덧붙은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핀테크 기업이 기존 금융사와 판이하게 다르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금융소비자들은 기존 금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고 관련 규제들도 사실상 기존 금융사에 유리한 편”이라며 “핀테크 기업들은 사회변화와 규제환경을 제대로 파악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
-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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