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등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를 일종의 증권으로 보고 증권법에 따라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SE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이 암호화폐 거래와 초기코인공개(ICO)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며 “연방증권법 상 증권 거래에 해당하는 디지털 자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반드시 SEC에 등록해야 한다”고 규제 방침을 밝혔다.
SEC는 “다수의 온라인 플랫폼이 SEC에 거래소로 등록하지 않았으면서 스스로 거래소라 칭해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며 “SEC에 등록된 거래소라면 사기 및 조작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규정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SEC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SEC가 본격적인 암호화폐 사기나 조작 사냥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CNBC 등 다른 외신 역시 그동안 SEC가 ICO와 관련한 사기 행위 등에 우려했던 점 등을 들어 암호화폐 발행 등에 증권법을 적용해 범죄의 영역으로 다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교란 행위를 감시하고 투자자를 보호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일단 시장은 SEC의 성명을 악재로 받아들였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이 1만 달러 선 밑으로 떨어지는 등 암호화폐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다. SEC가 지난달 28일 80여 곳의 암호화폐 관련 업체에 소환장을 발송한 데 이어 거래소 규제 성명을 내자 투자 심리가 쪼그라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암호화폐에 증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기존 금융 시스템으로 포섭해야 한다며 SEC의 규제를 촉구했다. 이번 달 19~2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에는 규제 당국들의 암호화폐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보수현 인턴기자 soohyeonhb@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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