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출을 선언한 중국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속속 문을 열고 나섰다. 실명계좌 제도를 도입하지 못한 채다. 시중은행들이 사실상 거래소에 실명확인입출금계좌 발급을 중단하면서 서비스 출시가 한없이 미뤄질 상황에 처한 거래소들이 법인 계좌나 암호화폐 간 거래 등 고육지책을 써서라도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분위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 오케이코인이 2일 밤 거래 사이트를 개설했다. 사전 예고 없는 기습 오픈이다. 중국 거래소가 한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지난달 30일 정식으로 문을 연 후오비코리아에 이어 두 번째다.
오케이코인 거래소의 입금과 출금은 오케이코인 법인계좌를 통해 이루어진다. 거래소 법인계좌에 원화를 입금하고 자신의 은행(실명)계좌를 등록하면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계정이 생성된다. 국내 거래소 중에는 고팍스가 법인계좌를 이용한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코인룸도 법인계좌 원화입금을 시작할 방침이라 밝혔다.
오케이코인은 지난해 10월부터 거래소 오픈을 준비했다. 애초 올 2월 중 국내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1월 30일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을 천명하면서 실명계좌 유치가 난항에 빠지자 서비스 개시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오케이코인은 실명 계좌 도입이 단기간에는 어렵다고 보고 차선책으로 법인계좌를 이용한 거래 지원을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법인 계좌를 이용한 원화거래 서비스가 지속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28일 암호화폐 거래소 법인계좌 발급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은행권에 암호화폐 취급업소에 대한 발급 심사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했다.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은행권은 자체 판단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의 법인계좌 발급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지난 1월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거래소가 가상통화 취급업소라고 밝히지 않고 법인계좌를 개설했는데 은행이 뒤늦게 알게 된 경우라면 반드시 법인계좌를 해지하고 해당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오케이코인이 은행과의 정식 협의를 거쳐 법인 계좌 발급 심사를 통과한 것인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실명계좌 유치와 법인계좌 발급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래소 중에는 아예 암호화폐 간 거래만 지원하며 거래소 먼저 오픈 한 곳도 있다. 오케이코인보다 3일 먼저 한국에 진출한 후오비코리아는 원화 입금 서비스는 아직 제공하지 않는다. 30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로서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암호화폐 간 거래만 가능하며 원화마켓 개설은 준비 중이다.
한·중 합작 거래소 지닉스나 코인제스트 등 출범을 선언한 다른 거래소들의 경우 실명계좌 도입 단계에 막혀 서비스 시작이 늦춰지는 분위기다.업계 관계자는 “실명제는 암호화폐 시장 죽이기”라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발급을 기약 없이 기다리기 보다는 거래소를 먼저 오픈 해 준비하는 것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재연 인턴기자 wonjaeyeo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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