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창안자인 비탈릭 부테린과 자칭 비트코인 창시자인 크레이그 라이트가 서로 ‘사기꾼’이라며 치열한 설전을 주고 받는 가운데 비트코인 캐시(BCH)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밋업 행사를 가졌다. 또 양측이 라이트닝 네크워크(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느린 거래 속도와 높은 전송 수수료를 해결하는 확장성 솔루션) 작동원리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한 모바일 월렛(Eclair Wallet)이 처음으로 출시되면서 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레이그 라이트 박사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로저 버, 지미 엔구엔와 함께 ‘암호화폐의 화폐적 기능 되찾기(Putting the Currency back in Cryptocurrency)’라는 주제로 비트코인 캐시 투자자들과 만났다.
그레이그 라이트 박사가 이날 행사에서 어떤 발표를 할지 관심이 많았지만, 별다른 발표를 하지는 않았다. 그는 최근 열린 분산경제포럼에서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작동원리를 발표했지만, 비탈릭 부테린으로부터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라이트 박사는 비트코인 네트워크 확장성에 대해 “비트코인의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이산로그(Discrete Logarithm) 문제를 푸는 것 만큼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며 확장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산로그는 암호화폐 해독에 필요한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숫자가 커지면 커질수록 전 세계 컴퓨터 전력을 모두 동원해도 풀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또 비트코인 채굴기법과 확장성 등에 대해 기술적인 말로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테린은 그가 참석한 강연장에서 “(라이트가) 뻔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그가 주장한) 감마값은 정의상 0과 1 사이에 있기 때문에 (0보다 작을 수 있다는 설명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후 트위터를 통해 “(라이트 박사의 연설은) 불합리한 추론만을 근거로 하고, 세부적 설명은 빠져있다”고 비난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공동 개발자인 조셉 푼 오미세고 코인 창립자도 “논문까지 썼는데도 라이트의 연설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은 오래전부터 팽팽하게 맞섰다. 비트코인이 한창 상승세를 타던 지난해 하반기 이더리움 공동창시자인 조셉 루빈은 “비트코인은 완전히 화폐 목적의 암호화폐”라며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던 여러 프로젝트는 대부분 실패한 반면 이더리움은 현재 20가지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이더리움의 장점을 강조했다.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한 모바일 지갑, 에클레어 월렛이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출시됐다. 이에 따라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에끌레어 월렛은 안드로이드 5.0 버전 이상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수신자와 발신자 모두가 에끌레어 월렛을 이용하면 전송 속도가 빠르고 수수료도 저렴하다.
한편 이날 행사의 발표는 ‘비트코인 예수’에서 ‘유다’가 된 로저 버 비트코인닷컴 대표가 맡았다. 그는 “비트코인의 거래속도가 느려지고 수수료가 비싸져 화폐로서의 가치를 잃었다”며 “그래서 알트코인의 성장세에 속도가 붙고 비트코인 거래량은 줄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블록사이즈를 늘리는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며 암호화폐가 화폐로써 기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되기까지는 마케팅 및 파트너십에만 연연해 할 것이 아니라 화폐를 사용하는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구축해나가는 데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암호화폐가 없는 블록체인 기술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부테린도 그의 발언에 동의하며 “기존의 방법을 통해 블록사이즈를 점차 늘려가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연지인턴기자 y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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