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암호화폐공개(ICO)가 진행되는 곳이다. 상장사 중에는 처음으로 ICO에 나서는 한빛소프트의 ‘브릴라이트 코인’도 홍콩을 택했다. 비록 1,000억원을 넘는 대규모 ICO는 없지만, 여전히 많은 ICO 프로젝트들이 홍콩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홍콩의 장점은 뭘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홍콩이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로 금융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다는 점이다. 기관 투자자가 많아 투자 유치도 상대적으로 쉽다. ICO·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철통같이 막고 있는 중국 주변에 위치한 것도 큰 장점이다. 지리적으로 센젠이 가까워 중국의 자원을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홍콩은 중국 투자 수요를 흡수하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동시에 중국과는 전혀 다른 법제로 정책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큰 곳이기도 하다.
실무를 하는데 있어서 은행계좌 개설이나 암호화폐 거래소 연결 문제도 중요한 이슈다. 최근 엄격해진 은행 실무를 고려한다면 상대적으로 은행계좌 개설이 쉬운 편이다. 또 영어소통이 가능해 영어권 국가 업체들과도 접근성이 좋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싱가포르와 비교해 보자.
우선 법인 설립에 필요한 시간은 비슷하다. 최소 이사나 주주의 숫자도 한 명으로 같다. 대신 싱가포르는 현지 이사를 선임해야 하지만, 홍콩은 그런 제한이 없다.
결과적으로 홍콩이 싱가포르보다 법인설립이 쉽다. 그리고 소득세율이나 법인세율도 싱가포르보다 약간 낮다. 만약 국내에서 가까운 지역을 선호한다면 홍콩이 최선이다. 또 중국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서비스 모델을 갖고 있거나 중국에서 투자를 받고자 한다면 홍콩은 금상첨화다.
그러나 동남아가 아닌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거나 혹시 있을 중국 규제의 영향을 고려한다면 홍콩보다는 싱가포르가 ICO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더 낫다. 만약 “홍콩과 싱가포르 중 어디가 좋으냐”고 묻는다면 “서비스 모델이나 타겟 시장, 예상 투자자, ICO 목표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홍콩을 선택할 때도 법적으로 몇 가지 이슈들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
먼저 증권형 토큰에 대한 규제다. 특히 집합투자기구(Collective investment schemes)·구조화 상품(Structured product)·선물계약(Future contract) 등은 모두 증권으로 규제될 수 있다. 토큰이 특정 프로젝트와 연결돼 있다거나 토큰 가격을 특정 이벤트와 연계해서 산정한다면 증권이 아닌지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월 홍콩의 증권선물위원회(SFC)는 7종의 암호화폐에 대해 증권 여부를 파악한 후 위조지폐라며 거래중단을 명령한 바 있다. 해당 토큰을 발행한 ICO 업체에 대한 규제까지 검토 중이다.
앞서 본 것처럼 홍콩 ICO를 고려한다면 금융당국이 토큰의 성격을 면밀하게 조사해 규제한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또 현지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특히 변호사 비용이 영국이나 스위스에 비해 적지 않다. 비용을 고려한다면 홍콩을 택하지 않는 것이 낫다.
홍콩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암호화폐 육성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민간에서 자율적 규제를 기준으로 ICO 실무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아주 인상적이다. 핀테크협회가 지난해 12월 발행한 ‘토큰 발행을 위한 베스트 프랙티스’가 실무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의 ICO 정책을 당장 내놓기 힘들다면 민간에서라도 투자자 보호와 투명한 자금집행을 위한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다. 지금까지 쌓인 부실한 ICO와 사기 사례를 토대로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도 충분하다고 본다.
- 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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