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업을 위해 사업자가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그 대가로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받는 자본조달 방식인 암호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가 최근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지난 2017년 9월 ICO 관련 제도의 정비 없이 모든 종류의 ICO를 금지시켰으며 암호화폐를 화폐나 금융상품이 아닌 자산으로 보는 등 암호화폐나 ICO를 둘러싼 세금 문제가 많은 부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암호화폐가 자산이라면 이를 양도해서 얻은 차익에 세금 문제가 발생하는 건 당연하다. 법인의 경우 암호화폐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법인세가 과세될 것으로 본다. 반면 개인의 경우 암호화폐의 양도소득은 양도소득세로 과세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암호화폐는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자산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지식재산권으로 볼 경우 기타소득에 해당돼 과세될 여지도 있으므로 이를 제도적으로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는 개인의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세 진행 시 증권거래를 적용해 거래세로 할지, 양도소득 과세 대상에 포함해 양도소득세로 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이런 과세에 대한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즉 과세를 위해서는 암호화폐의 기본적인 성격 중 하나인 익명성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과세당국은 암호화폐 과세를 위한 자료를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ICO를 하려는 회사는 주로 외국에 자회사를 설립해 그 자회사를 통해 ICO를 진행한다. 한국 모회사는 외국 자회사를 위해 지식재산권이나 사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ICO를 돕는다. 이 경우 한국 모회사는 외국 자회사로부터 사용료소득이나 사업소득을 받을 수 있다. 한국 모회사는 한국과 외국 자회사 거주지국 간의 조세조약에 따라 소득 원천에 따른 세금을 부담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 자회사가 조세 회피에 사용되는 경우 외국 자회사가 한국 모회사로 배당하지 않고 유보한 소득은 한국 모회사가 배당받은 것으로 볼 수 있어 과세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외국 자회사가 특수관계인에게 이전한 암호화폐가 정상 가격으로 거래되지 않을 경우 그 정상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을 조정해 과세소득을 재계산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와 ICO는 기업의 거래 방식이나 자본조달 방식에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에 관련 세법이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납세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영상 불확실성은 매우 클 것이다. 화폐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암호화폐와 ICO에 대한 관련 조세제도를 조속히 정비하는 것은 국가 산업경쟁력 제고와 혁신성장을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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