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오비 코리아가 일반인 투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를 지원하겠다며 시작했던 리워드 프로그램이 결국 후오비 측의 내부 평가를 반영해 지원 업체를 뽑는 방식으로 마무리됐다. 후오비는 이 과정에서 투표 결과는 비공개했으며 지원 대상으로 뽑힌 업체가 어느 업체인지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적인 절차인 투표 시스템을 차용한 취지와는 사뭇 다른 결과를 두고 대형거래소가 절대 ‘갑’의 권한을 누리는 암호화폐 시장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후오비코리아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3일 진행된 후오비 카니발 행사 프로그램 베스트 프로젝트 리워드(Best Project Awards)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후오비 코리아는 지난 2~3일 이틀간 열었던 자체 행사인 후오비 카니발에서 투표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현장을 찾은 참가자들이 후오비의 사전심사를 통과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6곳 중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투표하면 행사가 끝날 시점에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후오비 코리아가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구상이었다. 다만 당시 투표 과열 등의 문제로 후오비는 행사 도중 해당 투표결과 공개를 취소했다. 당시 투표 후보에 올랐던 프로젝트는 애스톤(Aston), 모스랜드(Mossland), 피블(Pibble), 유니버셜랩스(ULABS), 아모랩스(AMOlabs), 큐포라(Qfora) 등 6곳이다.▶관련기사 <옥에 티 ‘후오비 카니발’…‘상장’ 위한 과열경쟁에 시상식 취소>
후오비코리아는 행사 이후 12일만인 이날 “선정된 프로젝트와 지원 내용은 해당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개별 연락돼 안내될 예정”이라며 “내부 평가 및 현장 투표에서 필터링한 결과를 종합해 공정한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심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후오비 코리아가 투표내용을 비공개로 부친점, 지원 대상 선정에 결국 내부 평가를 반영한 점, 내부 평가의 기준도 공개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후오비카니발 행사기간 동안 치러졌던 투표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오비 코리아는 행사기간 동안 3,500명의 인원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참석자 1인당 10개의 투표권이 주어졌고, 모든 행사 참여자가 투표를 했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 3만5,000표다. 이 투표 결과는 결국 후오비 코리아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의미가 퇴색하게 됐다. 국내의 한 거래소 관계자는 “투표 결과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면 애초에 투표 자체가 의미있는 투표가 아니다”라며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면 왜 투표를 진행했는지 의문이고 유감”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후오비 코리아 관계자는 지원팀 선정 기준을 묻는 질문에 “해당 투표결과를 일정 비율로 반영했으며, 반영비율은 내부적인 절차에 따라 공개하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이슈가 많아 공정한 진행을 위해 공개치 않도록 했다”고 했다. 후오비 코리아는 또 “해당 리워드 행사는 적절치 못한 루머 확산으로 인해 취소됐다”며 “건전한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이라는 행사 본연의 긍정적인 취지를 해칠 수 있고 행사 참여한 프로젝트팀 브랜드에 대한 악영향, 투자자의 피해 방지를 위한 결정이었다”며 투표결과 공개를 거부했다.
매끄럽지 못한 프로그램 진행과 관련해서도 참여업체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을 때 받는 지원이 무엇인지도 여전히 불명확한데다 후오비가 행사 이후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 역시 내부 사안이라는 이유로 투표 참가 업체들에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투표에 참여한 한 프로젝트 팀은 “지원팀 선정과 관계없이 투표에 리워드 행사에 대한 사안은 공유 받지 못했다”며 “후오비의 공지를 통해서 지원 프로젝트 팀 선정이 끝났음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와 팀 프로젝트간의 관계는 거래소가 슈퍼 갑이면 팀은 을, 병을 넘어 ‘정’ 수준”이라며 “거래소 스스로 코인 업체들과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은동기자 edshin@decenter.kr
- 신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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