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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 그 뒤의 시장, 상위 1%의 OTC마켓

전체 암호화폐 시장 거래량 25%차지…"상위 1%는 거래소 이용하지 않는다"

브로커-트레이더 등으로 이어진 자체 네트워크로 거래 성사

서클, 제네시스, 후오비, 오케이 등 기관투자자들 위한 OTC플랫폼 운영하기도

최소 거래금액 5억원 이상, 서클 한 달 OTC 거래량만 2조원

트레이더·딜러·브릿지 등 이용하기도…수수료만 수천만, 수억원 대

러·중 등 금융취약국에서도 P2P통해 장외거래…중국 당국은 금지 움직임


암호화폐 베어마켓이 이어지면서 연초와 비교해 거래소 매매창에 비치는 거래량은 잠잠한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 이더리움 가격이 급락하면서 ICO(암호화폐공개) 프로젝트들이 더늦기 전에 이를 현금화하기 위해 대량 매도가 발생하고 있으며, 기관투자자와 고래들의 움직임 또한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들의 움직임은 거래소 호가창에서 보이지 않는다. 일반 투자자 눈에 비치지 않는 이런 시장의 움직임은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고래들과 큰손 투자자들은 얇아진 암호화폐 거래소의 호가창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들은 거래소 밖에 들어선 또 다른 시장을 이용한다. 일반 투자자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거래소의 호가창 밖의 OTC(Over The Counter)마켓, 즉 장외거래에서의 큰손들의 거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

◇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25%차지하는 OTC마켓 …“1%는 거래소를 이용하지 않는다”



비니 링햄 시빅 재단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진짜 상위 1퍼센트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글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량이 비트코인의 진짜 수요와 공급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액 투자자들의 매매는 거래소가 밖의 장외에서 이루어 진다는 의미다.

비트코인 장외거래(OTC) 시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성장이 가속화됐다. 지난 12일 리서치 전문기관인 탭 그룹(TAPP GROUP)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OTC 시장의 유동성은 전체 암호화폐 거래량이 최소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일 150만 개의 비트코인이 OTC마켓에서 거래되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 시세로 치면 약 12조원 거래 시장이다. 31일 코인마켓캡 거래량 1위 거래소는 비트포렉스로 1일 거래량이 약 5조6,000억원 규모다. 이미 OTC 시장은 세계 1위 거래소의 거래량 규모를 2배 이상 넘어섰다.

규모가 크다 보니 시장 조작 문제이나 가격 신뢰성 측면에서도 오히려 거래소보다 안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ETF승인을 신청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ETF 인덱스 값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한 지표도 특정 거래소 지수가 아닌 OTC마켓 가격이다. SEC가 ETF 승인 여부를 심사할 때 고려하는 중요 기준 가운데 하나가 시장 조작이나 사기 가능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CBOE의 이같은 계획은 과연 CBOE가 OTC시장과 일반 거래소 중 어느 곳을 더 신뢰하는지에 대한 방증이다.

◇거래량 많아 거래소서 처리 쉽지 않아, 팔아도 가격 출렁…고래들 OTC로 발걸음

‘도쿄 고래(Tokyo Whale)’라 불리는 노부키 고바야시는 지난 2014년 파산한 마운트곡스의 비트코인 약 20만개의 보관을 위탁받아 관리해 왔다. 위탁매각을 자문한 거래소 크라켄은 고바야시가 대량 매각에 나설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해 그에게 암호화폐를 장외거래나 경매를 통해 청산할 것을 요구했다. 고바야시는 그러나 거래소를 이용했고 그때마다 세계 암호화폐 시장가격은 요동쳤다. 일례로 그가 지난 2월 시장에 1만 8,000개의 비트코인이 시장에 내놓자 비트코인 가격은 최저 6,000달러를 기록하며 추락했다. 이후 지난 5월 그가 다시 8,000개의 비트코인을 매각하자 시장이 다시 출렁였다.

고바야시의 사례로 세계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이 거액 투자자의 움직임에 얼마나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지 체감했다. 반대로 거액을 매매하고자 하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거래소 시장을 이용할 경우 시장의 가격이 교란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물론 고래들의 경우 한 번에 사고 파는 양이 많은 만큼 대형 거래소라 하더라도 1~2개 거래소의 유동량 만으로는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쉽지 않다.
/ 서클 OTC 홈페이지 캡쳐

결국 기관투자자들, 고래로 불리는 큰 손들은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했을 때 따르는 이같은 부작용으로 OTC마켓을 찾게 된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거래액이 1억원을 넘어가면 시장가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정해진 가격에 거래를 하고 싶은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가 바로 OTC거래”라고 설명했다. 거래소의 호가창에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이들의 OTC거래는 시장가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OTC 세상의 연결고리 ‘트레이더, 딜러, 브로커’ 에서 OTC 전용 대형 플랫폼으로=

암호화폐 OTC 시장은 일반적으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트레이더 혹은 딜러라 불리는 이들이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주문을 받아 처리해주는 형태로 운영된다. 장외시장의 규모에 눈독을 들이고 수수료와 거래 차익을 얻기 위해 중개인으로써 뛰어든 단체, 또는 개인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트레이더, 또는 딜러라 불리는 이들은 직접 자신이 암호화폐를 구매해 보유하고 이를 대량 구매자 또는 판매자에게 어느 정도의 마진을 붙여 사고파는 방식을 취하거나 중간에서 중개 수수료를 챙긴다. 자신이 직접 개입하는 트레이더와 달리 브로커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브로커는 자신이 암호화폐를 직접 사지 않고 대가로 수수료만을 받는다. 이러한 경우 거래총액의 1~5%를 수수료로 챙기게 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거래 수수료만 해도 최소 수 천만원에서 수 십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OTC시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대형 기업이 OTC 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전용 플랫폼을 내놓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OTC데스크’다. 현재 코인베이스와 골드만삭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블록체인 기반 지급결제업체 서클(Circle), 제네시스 등이 OTC데스크를 운용하고 있다.

서클의 암호화폐 OTC는 한 달에 20억 달러(한화 약 2조 원)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거래 최소 금액은 50만 달러(한화 약 5억 5,500만 원)에서 평균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1,070만 원)에 달하며 제네시스는 7,500달러(한화 약 8,300만원)이다. 거래소 시장이 하루에 40억 달러(한화 약 4조 4,000억 원) 규모의 거래를 성사하는 것과 크게 비교되는 수치다. 이 외에도 시카고에 위치한 트레이딩 업체 DRW홀딩스의 컴벌랜드 마이닝(Cumberland Mining)또한 OTC 플랫폼을 운영하며,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크라켄과 후오비, 오케이엑스 역시 이를 지원하고 있다. 사이트들을 살펴보면 주로 미국, 일본, 홍콩 등지에 서버를 두고 있다.

OTC데스크를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잇빗(ItBit)에 따르면 OTC데스크를 이용하는 주요 거래자는 보통 기관 투자자들이다. OTC데스크를 이용할 경우 전통 브로커를 통한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호응을 받는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거래소와 기관들이 운영하는 OTC데스크의 경우 구매자와 판매자의 KYC(Know your Customer)가 되어 있고, 체계적인 플랫폼을 거치게 되지만 트레이더·딜러와 브로커를 통하게 될 경우 매매자들의 신원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거나 PoC(Proof of Coin), 즉 암호화폐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가짜 암호화폐가 오고 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중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비밀유지계약서(NCNDA·Non Circumvention and Non Disclosure Agreement) 또는 커미션계약서(IMFPA·Irrevocable Master Fee Protection Agency)를 작성하기도 하나 비교적 법률적 효력은 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OTC 시장 규모 1위 국가는 ‘러시아’…규제 강한 국가서 OTC 수요 큰 경향=

OTC 거래는 국경을 초월해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국가별로도 수요 차이는 발생하고 있다. 지난 12일 공개된 금융 서비스 제공업체 월드코어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많은 장외거래가 발생하는 국가는 러시아, 미국, 중국, 나이지리아 순으로 나타났다. 알렉세이 나소노프 월드코어 CEO는 “대다수의 OTC거래들은 금융문화가 덜 발달돼 있거나 세금법이 엄격한 국가에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OTC 거래량이 많은 또다른 국가인 중국의 경우 규제로 인한 암호화폐 구매 통로의 차단이 그 이유로 제시된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9월 4일부터 거래소들을 규제하는 등 위안화를 통한 암호화폐의 거래를 일체 금지했다. 이 때문에 중국 본토 내에서 자국 통화로 암호화폐를 구매하고자 하는 이들은 OTC거래를 이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암호화폐 OTC마켓의 대부분은 위안화 직접 거래를 위한 시장”이라며 “대부분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을 통해 위안화로 직접 암호화폐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알리페이 내에서 이뤄지는 소액의 거래는 일명 P2P거래(Peer to Peer)거래로 중개자 없이 사용자간에 이루어지는 거래를 뜻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OTC거래에 포함하지 않는 시각도 있다. 참여자들의 의도중 하나가 “거래액이 큰 만큼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P2P로 이루어지는 거래는 이러한 범주 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러한 종류의 OTC플랫폼 에서는 판매자가 판매하는 암호화폐에 대한 대금을 위안화로 지불 받으면, 플랫폼 내에서 잠금 되어 있던 암호화폐가 구매자에게 이동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중국 국가인터넷금융안전기술 전문가위원회(IFCERT)에 따르면 이러한 거래 중 1/3가량이 알리페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중국 내 최대 결제 서비스 업체인 알리페이가 자사 플랫폼 내 암호화폐의 거래와 관련된 계정을 금지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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