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투자광풍이 사라진 후 활기를 되찾지 못하는 현재 블록체인 업계 상황이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인터넷 업계와 유사하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블록체인 컴퍼니빌더 체인파트너스(Chainpartners) 리서치센터는 1일 ‘닷컴버블과 블록체인’이라는 보고서에서 “ICO(암호화폐공개)가 침체하고 암호화폐가 약세를 보이는 등 다소 냉각된 현 블록체인 업계는 2000년 닷컴버블이 터진 직후 인터넷 업계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투자 규모가 한때 고점을 찍은 뒤 급격히 하락한 점 △산업에 국경이 없는 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현 블록체인 업계와 닷컴버블의 유사성을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ICO 자금 조달 규모는 급격히 위축된 상태다. 지난 7월 한달간 ICO 규모는 6억5,000만 달러로 올 상반기 월평균 ICO 규모인 23억 달러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닷컴버블 당시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2000년에 고점을 찍은 뒤 이듬해 62% 감소했다. 보고서는 현재 상장된 대부분의 암호화폐 가치가 결국 0으로 수렴할 확률이 높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또 블록체인이 상용화하지 못하면 암호화폐 약세장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경 없는 블록체인의 산업 구조도 인터넷 산업을 닮았다. 보고서는 “인터넷 산업은 굴뚝산업과 달리 국경이 없고 소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라며 “아무리 블록체인이 탈중앙화를 지향한다 하더라도 대중화를 위해선 중앙화한 주체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국경을 초월한 승자 독식 구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터넷 산업과 유사하게 블록체인 산업도 비즈니스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보고서는 “닷컴버블 이후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가 보여주듯, 일반적으로 혁신은 우연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힘겹게 상용화에 성공한다”며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서 블록체인이 혁신적으로 쓰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블록체인의 미래를 인터넷 산업의 궤적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 위험이 대표적인 예다. 보고서는 “인터넷이나 블록체인 같은 하이테크 분야 초기 투자자들은 산업 자체의 붕괴보다는 개별 기업의 몰락으로 인해 투자금을 잃을 수 있다”며 “현재 범람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의 10년 후 생존 가능성은 닷컴버블 때 나타난 인터넷기업들보다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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