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방식의 자금조달 시장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혁신적 시도인 ICO(암호화폐발행)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자금조달의 새로운 대안으로 미래의 주역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힘도 못 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까?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지금의 ICO 모델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초기 순진했던 투자자들은 잦은 사기와 막대한 피해로 이미 ICO 시장을 떠났다. 지금은 훨씬 더 분별력 있고 성숙해졌다.
기관 투자가들도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초기 ICO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공모(public sales) 방식이 주도했다면, 지금은 소수의 거액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private sales) 방식이 주류다. 다수에게 돌아갔던 투자기회가 소수에게 돌아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대중을 상대로 이용자를 확보하고 자금을 모르려면 ‘투자자 보호장치’와 ‘거래 투명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ICO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에 의한 DAICO, SEICO(Secured and Ensured ICO), IEO(Initial Exchange Offering) 등 새로운 시도가 진행 중이다.
우선 DAICO는 탈중앙화된 자율조직(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과 ICO의 합성어다. 이더리움의 공동 설립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지난 1월 제시한 모델이다. 중앙화에서 탈중앙화로 ICO가 넘어간 형태다. DAICO의 핵심 메커니즘은 ‘탭(Tap)’으로 투자금을 한 번에 주지 않고 일정 기간에 걸쳐 지급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프로젝트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리펀드(Refund)’도 가능하다. 토큰 소지자가 프로젝트에 만족하지 않으면 투자금 환급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투자자에게 투자금에 대한 통제권을 줌으로써 ‘먹튀’를 막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디지털 유통 게임 플랫폼인 ‘The Abyss’가 DAICO에 성공해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였다.
SEICO는 지난 6월 런던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제시된 새로운 모델로 ‘Secured ICO’와 ‘Ensured ICO’를 결합한 형태다. Secured ICO는 투자한 ICO 일부만 선불로 구매하고, 이후 프로젝트 토큰 가격이 상승하면 처음 구매했던 원래의 가격으로 사는 방식이다. 가령 토큰 1,000개를 300만원에 투자했다. 처음에는 10%인 100개 토큰을 30만원에 산다. 이후 토큰 가격이 오르면 270만원을 내고 나머지 900개를 산다. 투자자는 초기에 투자한 소액으로 100%의 혜택과 권리를 갖는 방식이다. Ensured ICO는 ICO에 참여할 때 제공한 비트코인 또는 이더리움의 가격이 오르면 차액을 돌려받는 구조다. 투자자 입장에선 가격변동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최근 IEO(Initial Exchange Offering)도 많이 활용한다. 프로젝트팀이 투자자에게 토큰을 직접 팔지 않고 거래소를 통해 판다. IEO가 활성화되면 거래소는 힘이 커지고 거래소와 프로젝트팀간 유착관계가 우려된다. 그럼에도 거래소가 프로젝트를 꼼꼼히 검토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기존 ICO의 한계점을 보완해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ICO는 쉬지 않고 변화하고 진화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한 구조로 바뀌는 중이다. ICO에 대한 불신을 넘어 수많은 ICO 속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투자자 친화적 모델을 속속 도입할 것이다.
물론 새로운 ICO 모델이 자리 잡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2013년 ICO가 첫 등장했을 때도 6개월 동안 적용사례가 없었다. 그리고 이더리움이 1,800만 달러가 넘는 큰 성공을 거두자 그때야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새로운 ICO 모델이 자리 잡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많은 국가들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암호화폐 시장을 경계하고 규제한다. 사기 등 ICO 부작용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 뿐만 아니라 업계가 표준으로 삼을 만한 새로운 ICO 모델이 필요하다. 그래야 ICO가 제도권 안으로 편입될 수 있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태계가 탄탄해 질 수 있다. /이화여대 융합보안연구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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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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