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 열풍이 불어닥친 지난해 9월 모든 형태의 ICO(암호화폐 공개)를 금지하겠다고 공표했다. 실제 법 조항으로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서슬 퍼런 당국의 기에 눌려 국내 ICO시장은 완전히 얼어붙었다.지난 1여 년 간 암호화폐 발행사들은 해외로 터를 옮겨 떠났고,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는 위축될 대로 위축됐다. ICO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해외를 택한 암호화폐 발행사들은 낯선 해외 법률 제도 앞에 다시 한 번의 고비를 맞는다.
지난 1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ICO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ICO 상황을 짚고, 현재의 제도나 법령에 맞춰 암호화폐 프로젝트팀들의 처한 상황을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 변호사와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는 오는 30일 블록체인 컨퍼런스 ‘Fuse 2018 : Two World Meet’에서 진행되는 라운드테이블‘ICO(암호화폐 공개)와 법적 이슈’ 에 관련한 논란을 짚어볼 예정이다. 라운드테이블에는 최대 10명까지 참가가 가능하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서울시의 첫 번째 블록체인 행사인 ‘ABF(Asia Blockchain & Fintech) in Seoul’의 공식 부대행사로 열린다. 서울시는 서울경제신문, 체인파트너스, 위워크, 일본의 CTIA, VCG 등과 공동으로 오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잡페어와 해커톤, 5G·핀테크 세미나(서울창업허브), ‘Fuze2018’ 컨퍼런스(서울 신라호텔), 블록체인 프로젝트 IR(세빛둥둥섬)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라운드테이블에 앞서 디센터를 방문한 조 변호사는 한국의 ICO 금지 선언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인 시선을 주고 있지 않다”면서도 “블록체인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ICO는 제한적 범위 내에서 일부 허용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러나 전면적인 허용방침은 어려워 보인다”면서 “대규모 ICO는 여전히 해외로 나가는 현상이 여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 역시 의견을 같이했다. 그는 “기존에 크라우드 펀딩의 예에 비춰보면 ICO가 풀리더라도 제한적으로 나갈 것”이라면서 “규제 범위 내에서 소액으로 진행되는 ICO와 글로벌하게 국외에서 진행되는 ICO 두 부분으로 나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암호화폐 발행사의 자금조달의 한 방법인 ICO 역시 시장이 변화하면서 토큰 판매 방식도 다양해 지고 있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ICO”라며 “암호화폐에 대한 정확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최근 이뤄진 금융당국의 ICO 전수 조사 등을 미뤄봤을 때 이는 낡은 규제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며 “국내 제제 분위기 흐름을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변호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ICO 자문을 한 것으로 이름 높다. 엠블, 직토, 엠퍼 등 40여 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팀의 자문을 도맡았다. 지난해부터 활발히 프로젝트 팀의 법률 자문을 해오며 시장의 흐름을 읽어왔다. 그는 “ICO를 마친 팀들이 시장에서 실제 서비스를 런칭하고, 사업 모델을 개발해 내오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블록체인 산업이 확장됨에 따라 정부규제와 밀접한 연계가 있는 법적인 부분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면서 “토큰발행은 규제와 연결해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공유경제 플랫폼 등 다수 ICO 프로젝트에 대한 자문을 수행했다. 이외에도 암호화폐 결제, 크립토 펀드 운영, VC의 ICO 또는 블록체인 기업 투자, 해외송금 자문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해킹 손해배상, 암호화폐 투자분쟁, 반환청구 등 분쟁, 소송업무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더해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 운영자문도 수행하는 등 업계 전반에 걸친 법률자문을 도맡고 있다. 그는 스타트업이 암호화폐 발행을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해외로 나가 법인을 설립하다 보면 초기자금을 감당하는 것에 무리가 따른다”며 “해외에서 충당된 자금을 한국으로 들여오는 것 또한 자본시장법 등의 규정에 큰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내 블록체인 시장이 규제에 부딪혀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정 변호사는 “자산유동화증권 형태로 ICO를 문의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면서도 “리스크가 높아 첫 의견을 받고 그만두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금융영역에 효용성이 높지만 규제에 대한 우려로 유틸리티 형식으로 토큰 구조를 설계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기존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만 자본시장법 등에 가로막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만만치 않지만 해외에서도 역시 넘어야 할 문턱이 높다. 두 변호사는 해외로 발걸음을 옮기는 암호화폐 발행사도 법률 검토는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 변호사는 “외환, 법, 세금 등 국내에서 ICO를 진행했다면 검토가 불필요 했던 부분도 해외에서 진행하면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 나타난다”면서 “사후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배임 횡령, 투자자와의 분쟁, 내부분쟁 등도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 역시 규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ICO도 진화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ICO를 대체하는 방식의 토큰발행 모델도 나오고 있다”면서 “시장의 변화속도가 빨라 체계적인 연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투자자와 업체의 분쟁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며 적법성 부분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 역시 “거래소에 암호화폐 발행을 위탁하는 IEO, 채굴형 거래소 등 새로운 토큰발행 모델이 나오고 있지만 법적인 연구가 요원한 상태”라며 “적법한 모델인지 아닌지에 대한 검증이 없어 투자자 보호와 거리가 멀다”고 했다. ICO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자자를 합리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두 변호사의 시각이다.
기존 산업의 법률검토와 블록체인 법률검토는 차이점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기존에 변호사는 보수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경향이 많다”면서도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한 걸음 나아가 실행 가능한 범위를 계속 찾아보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입장에 맞춰서 보수적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ICO는 하나의 자금모집 수단”이라며 “기존 기업의 지분투자, 채권투자 개념에서 프로젝트 투자로 옮겨가는 패러다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산업에서 기업이 투자받은 자본금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블록체인 산업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할 수 있는 토큰이라는 수단이 생겼다”며 “ICO를 사기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프로젝트의 초기 투자를 받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은동기자 edshin@decenter.kr
※ 편집자 주
블록체인 미디어 디센터가 서울시·서울경제신문·체인파트너스 등이 공동주최하는 ‘ABF(Asia Blockchain & Fintech) in Seoul’을 주관합니다. 텔레그램에서 @decenter_kr 로 검색해서 ‘디센터 텔레그램’ 방에 오시면 ‘ABF in Seoul’ 행사에 대한 다양한 기사와 각종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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