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훌륭한 이유는 기술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 비즈니스 프로세스 위에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핀테크 기업들은 디지털 금융을 기존 금융 산업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종혁 농협중앙회차장은 27일 마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ABF 엑스포(Expo)’ 핀테크 데모데이에서 “기술과 시대를 읽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차장은 “기술만 본다면 감을 놓치기 십상”이라며 “(핀테크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다양한 가능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 그는 “핀테크의 핵심은 돈을 버는 것”이라며 “금융업은 결국 자금의 유통하고 공급하는 영리 사업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차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핀테크 산업이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선 기술도 기술이지만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핀테크는 간편 결제 기술이 주 기능이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느냐가 중요하다”며 “은행이 예대마진과 비이자수익으로 끊임없이 수익을 창출해낸 것처럼 핀테크 역시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금융권의 비즈니스 모델 중의 하나인 ‘구독경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핀테크를 통해 강화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 등이 구독경제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이보다 앞서 금융과 통신 분야에서 먼저 구독경제를 적용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이 차장은 “은행과 카드사는 각각 0.2% 수준의 금리를 고정해놓고 꾸준히 일정 금액을 예치하면 우대이율을 제공하거나, 첫 해 얼마 이상을 사용하면 캐시백을 해주는 등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러한 락인(rock-in)을 통해 충성고객을 늘리는 것이 구독 경제의 주요 특징인데 이를 핀테크를 통해 강화할 수 있다면 금융업계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금융업계의 디지털 바람의 부작용도 짚었다. 그는 “최근 서울의 한 지역에서 A은행의 영업점이 철수하자 대부분의 예치금이 인근의 B은행지점으로 고스란히 흡수됐다”며 “환경 변화에 올라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들이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라) 비대면 채널을 늘리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핀테크 기술은 아직까진 찻잔 속의 태풍이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기존 산업에 적용해야 하느냐에 따른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ABF in Seoul 2018’은 블록체인 미디어 디센터가 주관하고 서울특별시와 서울경제신문, 체인파트너스, 위워크 등이 공동주최하는 아시아 최대 블록체인 행사다. 오늘부터 28일까지 양일 간 서울 마포창업허브에서 잡페어와 해커톤, 핀테크 데모데이 등이 진행되고, 이후 29일부터 31일까지 장충동 신라호텔과 위워크 등에서 메인 컨퍼런스인 ‘퓨즈(Fuze) 2018’과 ‘ABF 페스타(Festa)’ 등이 개최된다.
/김소라기자 srk@decenter.kr
-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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