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은 사물에 부착된 센서로 데이터를 읽어내고,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때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핵심인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것은 쉽지 않다. 데이터의 양이 지나치게 많거나, 각 데이터의 형식이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질을 검증하는 것 역시 어렵다. 월튼체인은 이러한 사물인터넷의 데이터 활용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한·중 합작 프로젝트다. 형식이 제각각인 대량의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고,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의 특징을 살려 데이터의 질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사물인터넷과 블록체인을 결합하기 위해선 사물의 라벨 등에 적힌 데이터를 블록체인 상으로 옮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오라클(Oracle) 문제’다. 오라클 문제란 외부 데이터를 블록체인 상으로 들여올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뜻한다. 사물 정보 같은 현실의 데이터를 들여올 때에는 데이터 자체에도, 이를 읽는 장비에도 오류가 없어야 한다.
월튼체인은 데이터를 검증할 수 있는 장비를 직접 개발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월튼체인테크놀로지가 이전부터 개발해온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시스템을 블록체인에 적합하게 발전시킨 것이다. RFID란 무선주파수를 이용, 라벨에 저장된 데이터를 비접촉으로 읽어내는 시스템이다. 월튼체인의 RFID 태그는 임의로 퍼블릭키와 프라이빗키를 생성함으로써 위조를 방지한다. 월튼체인은 자체 생산한 RFID 태그와 리더기를 통해 데이터를 읽은 뒤 이를 퍼블릭 블록체인인 월튼체인에 저장한다.
지난 3월 메인넷을 출시한 월튼체인은 모체인과 자체인으로 구성된다. 모체인은 작업증명(PoW·Proof of Work)과 지분증명(PoS·Proof of Stake) 합의 알고리즘을 모두 사용하는 블록체인으로, 자체인의 정보를 주기적으로 동기화한다. 자체인은 월튼체인의 기술을 사용할 기업들을 위해 만들어진 서브(Sub)체인이며, 무한대로 생성이 가능하다. 해당 기업들은 자체인을 자체 메인넷으로 구축할 수 있다. 구태형 월튼체인테크놀로지 매니저는 “파트너 기업 한 곳 한 곳이 자체 메인넷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확장성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모체인에서 자체인으로 이어지는 월튼체인 생태계에서는 월튼코인(WTC)이 쓰인다. 주로 자체인을 신규 개발하거나 체인 간 데이터를 교환하는 데에 필요하다. 월튼코인은 12일 현재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59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월튼체인의 시스템은 물류, 유통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상품의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데에 최적화돼있기 때문이다. 의류산업에 적용될 경우, 의류 라벨에 적힌 데이터를 RFID 장비가 인식하고 검증한 뒤 블록체인 상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의류 공급망 관리가 편리해지며 명품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데에도 유용하다. 이에 의류자재 기업인 탄위(Tanyu), 고예술품 유통기업 프레이어(Freyr) 등이 월튼체인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가 월튼체인의 RFID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했으며 특구에서 쓰이는 ‘DDM 체인’에 월튼체인의 블록체인 기술이 쓰일 예정이다.
월튼체인의 향후 목표 역시 기술을 실제 상용화할 수 있는 유통 기업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사물의 데이터를 읽어내는 하드웨어와 데이터를 공유하는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춘 만큼, 진정한 가치사물인터넷(VIoT·Value Internet of Things)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구 매니저는 “대부분 프로젝트들이 블록체인 관련 소프트웨어만 가지고 있는데, 결국 블록체인 기술이 유용하게 쓰이려면 기술과 연결되는 하드웨어도 있어야 한다”며 “월튼체인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가지를 모두 발전시켜 VIoT 생태계를 구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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