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은 블록체인 기업 시리즈원과 협업을 통해 미국에 STO거래소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올가미를 조여오고 이달중 내놓겠다던 ICO에 대한 명확한 규제도 오리무중이 된 가운데 STO라는 새로운 방식의 디지털 자산에서 기회를 엿본 것이다.
증권형 토큰이란 부동산, 채권, 지식재산권, 그림 등 실물자산을 토큰과 연동해 일종의 주식처럼 배당과 이자, 의결권, 지분 등을 토큰 소유자가 취득할 수 있도록 설계한 서비스다. 분야별로 △부동산, 담보 등과 연결된 토큰(Debt Token) △회사 지분과 연결된 토큰(Equity Token) △파생상품과 연결된 토큰(Deliverative Token) 등이 있다.
용도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행되던 기존 암호화폐들과 달리 실제 자산 또는 기업이 존재해 실물자산 또는 기업가치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발행 주체 입장에서는 더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개인 투자자들은 접근이 힘든 자산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진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종류의 토큰 발행 시도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문을 연 미술품 공동구매 온라인 플랫폼인 아트앤가이드는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을 활용해 김환기 화백의 ‘산월’을 4,500만 원에 19명의 구매자들에게 크라우드펀딩의 방식으로 판매했다.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의 김재욱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공동 구매 거래와 소장 이력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최소 100만원부터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또 자산에 대한 이력추적을 통해 아트앤가이드 플랫폼의 유저들은 언제든지 그림의 소유권 등과 관련된 정보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미술품의 원본은 방배동 전시장에 보관돼있어 공동 소유자들은 이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고, 적정 보유기간이 지나거나 회사가 제시한 수익률이 충족되면 회사는 작품을 판매해 판매대금과 수익을 최종 공동 소유권자와 분배한다.
미술품 뿐만이 아니라 부동산, 복권판매, 럭셔리 상품 등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고액 자산들에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적용해 토큰화한 사례는 이 외에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기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자금 회수의 어려움과 높은 수수료, 모럴 해저드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의 부동산 펀드 토큰은 뉴욕주에서 출시됐다. 뉴욕시부동산코인(NYCREC)은 부동산 전문가와 금융 전문가들이 이끄는 팀으로, 토큰을 소유하게 되면 뉴욕시에 위치한 부동산에서 정기적으로 창출되는 수익을 코인 에어드롭의 형태로 배분받을 수 있다.
럭셔리 상품과 건설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가능하다. 미국의 알럭시(Alluxe)프로젝트는 고급 레저시설 등에 대한 임대를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제공한다. 유망한 건설 프로젝트에도 참가할 수 있다. 릴랙스(Relex)프로젝트는 투자자들의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부동산에 투자하고 지분을 획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승인을 계속 연기 중인 가운데 파생상품과 연결된 증권형 토큰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도 각광 받는 모습이다. ETF 등 파생상품 등에 연동된 토큰의 경우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제공한다. 스웜펀드(Swam Fund)는 기존에 기관투자자들만 투자할 수 있던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에 대해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문을 열었다.
증권형 토큰은 소액부터 고액까지 넓은 범위의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의 기회를 제공하고, 회사에는 안전하고 편리한 자산 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시적으로 드러난 성공 사례가 아직 없고, 비상장주식과 파생상품 등과 연결된 토큰의 경우 증권법 적용 여부가 확실치 않아 국내에서는 50인 이하 사모 증권형 토큰 발행만 가능하다. 정부가 암호화폐에 부정적이고 ICO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상태에서 STO라는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을 인정할지 여부도 아직 지켜봐야 한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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