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자 존 맥아피(John McAfee)는 지난 4일 트위터에 “암호화폐는 증권이 아니다”라며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는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일갈했다. SEC가 어떤 권한으로 암호화폐 업계 ‘경찰’을 자처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주장이다.
◇SEC “ICO 발행 암호화폐는 증권”...美 암호화폐 업계 총괄= SEC가 암호화폐를 울타리로 끌어들인 이유는 ICO(암호화폐공개)로 발행되는 암호화폐를 ‘디지털자산 증권’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성명에서 “ICO를 통해 분배된 토큰이나 코인은 미국 증권법 상 ‘증권’으로 분류된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분류에 따르면 미국 암호화폐계 전반의 컨트롤타워는 연방증권법을 집행하는 SEC가 된다.
이를 근거로 SEC는 ICO 프로젝트의 감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다. 지난달 발표한 회계보고서에서 SEC는 2018년 회계연도동안 10건이 넘는 ICO에 제재 조치를 가했다고 밝혔다. 제재를 받은 프로젝트 대부분은 ‘디지털 자산 증권’, 즉 증권으로 분류되는 토큰을 판매하면서 연방증권법을 준수하지 않았다. 탈중앙화 거래소(DEX) 이더델타는 디지털 자산 증권 거래를 중개하면서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아 SEC로부터 벌금을 부과 받기도 했다.
SEC 수장도 암호화폐 경찰로서의 SEC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취임 당시 “시장의 변화에 맞추어 SEC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 SEC 위원장은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그 변화의 일례로 삼는다. “모든 ICO는 증권이다(Every ICO is a security)”라는 일종의 어록을 남겼던 클레이튼 위원장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강연에서도 “ICO는 기업가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증권법을 따라야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SEC 권한은 어디까지?…‘크립토 경찰’ 계속할 수 있을까= SEC의 이 같은 행보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ICO가 증권 발행에 준하는 규제를 받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오하이오주 공화당의 워런 데이비슨(Warren Davidson) 하원의원과 민주당의 대런 소토(Darren Soto) 하원 의원은 ‘디지털 토큰’의 정의를 입법화함으로써 암호화폐가 증권의 범위에서 벗어나게끔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암호화폐와 ICO에 대한 SEC의 규제 권한은 대폭 축소된다. 서덕우 법무법인 동인 미국변호사는 “SEC는 연방증권법을 집행하고 증권업계와 시장을 규제하는 기관”이라며 “암호화폐 즉 디지털 토큰이 증권의 개념 범위에서 벗어나면 SEC의 감독 범위도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SEC가 집행하는 증권법은 굉장히 오래된 법이기 때문에, 하원에선 현 증권법만으로 암호화폐를 규율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봤을 것”이라며 “다만 이해관계자들이 많이 얽혀있는 법안이라 통과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SEC가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에 손을 댈 때에도 암호화폐에 대한 SEC 권한에 의문이 제기됐다. SEC는 지난 7월 윙클보스(Winklevoss) 형제의 ETF 신청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SEC 위원인 헤스터 M. 피어스(Hester M. Peirce)는 해당 결정에 대해 “규제 기관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SEC가 비트코인 ETF 신청을 거절한 가장 큰 이유는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의 가격변동성이 크기 때문인데, ETF 자체가 아닌 기초자산의 성격을 판단한 것은 권한 밖이라는 지적이다. 피어스 위원은 “비트코인 시장의 특성에 초점을 두고 ‘자격’을 논하는 것은 SEC의 역할 밖”이라고 밝혔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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