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 HTC 등 글로벌 대기업이 휴대폰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하는 가운데, 블록체인 업계 ‘얼리버드’인 두나무는 일찌감치 지갑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갑 개발업체 루트원소프트를 자회사로 두고 커스터디형 암호화폐 지갑 ‘비트베리(Bitberry)’를 선보이면서다.
비트베리는 개발업체가 사용자의 프라이빗 키를 관리하는 커스터디(Custody)형 암호화폐 지갑이다. 사용자들이 직접 키를 관리해야 하는 기존 암호화폐 지갑과 차별화된다. 암호화폐가 지갑으로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과정도 개발업체가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 암호화폐나 지원할 수 없다. 때문에 비트베리는 파트너 기업을 선정하고 그들의 암호화폐를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현재 비트베리는 암호화폐 기업을 위한 다양한 API를 제공하면서 파트너사를 끌어모으고 있다.
ERC20는 이더리움의 토큰 발행 표준으로, 가장 보편화된 암호화폐 발행 방식이다. 박 CTO는 “ERC-20 기반으로 암호화폐를 발행한 기업들 위주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파트너십을 맺지 않고도 비트베리에 암호화폐를 연동하려면 토큰 보유자가 2,000명 이상이거나 시가총액이 코인마켓캡 기준 300위 이내인 ERC-20 기반 토큰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트베리가 ERC20 기반 토큰을 우선 지원하는 이유는 거래소 상장과 스마트 콘트랙트 생성이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박 CTO는 “ERC-20 기반 토큰을 선호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많기 때문에 ERC-20를 택한 기업은 기회를 잡기 쉽다”며 “비트베리가 ERC20 토큰을 위한 스마트 콘트랙트도 직접 생성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비트베리의 파트너로 선정된 기업들은 이미 토큰 이코노미의 이용자층을 확보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토큰 이코노미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미 수많은 이용자층을 가진 기업들의 리버스 ICO(암호화폐공개) 프로젝트들이 대표적이다. 맛집 추천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명한 시럽테이블, 왓챠의 ICO 프로젝트인 콘텐츠프로토콜, 인공지능 기반 토익 학습 앱인 산타토익 등은 모두 비트베리의 파트너다. 이들 기업은 기존 서비스에 토큰 이코노미를 도입해 토큰 보유자들을 충분히 확보해뒀다.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서비스들도 있다. 지식 공유 플랫폼에 토큰 이코노미를 입힌 아하(Aha), 부동산 중심 게임 플랫폼 모스랜드 등은 비트베리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토큰을 지급한다. 아하 플랫폼엔 서비스 출시 두 달 여만에 8,800개에 달하는 질문이 쌓였으며 현재까지 지급된 아하토큰도 1억 2,500만개에 달한다. 모스랜드의 경매 플랫폼에선 258개의 랜드마크가 판매된 바 있다.
단순 파트너십 구축을 넘어, 기업들의 토큰 이코노미 확장도 직접 지원할 예정이다. 토큰 이코노미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API들을 통해서다. 비트베리에 계정이 연동돼있지 않은 이용자에게도 토큰을 지급할 수 있는 비트베리 에어, 비트베리로 결제를 할 수 있는 비트베리 페이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박 CTO는 “API 제공은 물론 거래소 업비트와의 연동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업비트에 상장된 암호화폐를 비트베리로 바로 가져오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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