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일씩 걸리던 해외송금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게 된 건 분명 큰 변화입니다. 대한민국 금융계에서 이런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이런 변화가 좀 더 주목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신원희 코인원트랜스퍼 대표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코인원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 생활에 접목하는 게 코인원의 설립 모토”라고 강조했다. 해외송금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힌다. 대형은행들은 해외송금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실험을 시작한 지 오래고, 정부 규제샌드박스에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사업을 신청한 기업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가동한 곳은 코인원트랜스퍼가 유일하다. 블록체인 기업으로선 얻기 어려운 소액해외송금업 라이선스도 취득했다.
코인원트랜스퍼의 이 같은 도전은 코인원의 목표로부터 비롯됐다. 신 대표가 말하는 코인원은 암호화폐 거래소만 운영하는 기업이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 생활에 도입하기 위한 첫 단추로 거래소 사업을 선택했을 뿐,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시도하는 게 코인원의 최종 목표다. 신 대표는 “거래소 사업을 하던 중 한국에서 블록체인에 관한 인식이 퍼지며 기반 여건이 갖춰졌고, 본격적인 금융 서비스에 시동을 걸기 위해 해외송금 시장에 진출했다”며 코인원트랜스퍼의 등장 배경을 설명했다. 코인원트랜스퍼는 지난해 말 리플의 엑스커런트(xCurrent) 블록체인 솔루션을 활용해 해외송금 서비스 ‘크로스(Cross)’의 문을 열었다.
서비스 초기임에도 크로스엔 3,000여 명의 사용자가 모였다. 사용자의 90%는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주 고객층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신 대표는 “한국에서 해외로 송금하는 고객들을 살펴보면, 유학 간 자녀에게 돈을 보내는 부모님보다 고향에 생활비를 부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코인원트랜스퍼는 국내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의 출신 국가인 동남아시아 국가부터 공략했다. 서비스 대상 국가는 필리핀, 태국, 베트남을 시작으로 인도와 말레이시아, 중국까지 확대된 상태다. 향후 네팔,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 다른 동남아 국가로 나아갈 계획이다.
외국인 근로자 같은 개인 고객의 반응이 좋은 이유에 대해 신 대표는 “기존 은행을 통한 해외송금보다 수수료를 90% 가까이 낮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송금 과정에는 중개자가 없다. 기존 국제은행간송금망(스위프트 SWIFT)를 통한 송금보다 수수료가 낮은 이유다. 수일씩 걸리던 송금 기간도 분 단위로 단축했다.
다만 1970년대에 만들어진 스위프트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코인원트랜스퍼는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장 큰 네트워크를 구축한 리플을 택했다. 스텔라 등 해외송금을 위한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존재함에도 불구, 리플을 택한 이유에 대해 신 대표는 “해외송금을 타겟으로 하는 프로젝트 중 가장 확장성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리플의 송금망을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한 코인원트랜스퍼의 다음 목표는 소액 해외송금 시장에서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일이다. 신 대표는 “수수료가 낮다 보니 크로스를 통해 5만원 정도의 소액을 송금하는 고객들도 있었다”며 “그동안 해외송금시장 관련 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고객들, 즉 은행을 통해 송금을 하지 않던 고객들까지 끌어들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장기 목표는 개인고객에서 기업고객으로, 작은 범위에서 큰 범위로 해외송금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신 대표는 “개인 간 송금을 넘어 지급결제, 무역대금의 정산까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싶다”며 “블록체인 기술은 해외송금 시장의 기폭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코인원트랜스퍼는 증권사들을 위한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금융투자협회, 대형 증권사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신 대표는 “현재 증권사들과 함께 변화를 모색 중”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후에 밝힐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 hyun@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