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부에선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꼭 상업적 목적만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내부의 업무 효율 혹은 교육 및 테스트 등을 위한 프로젝트도 많다. 종종 회사만의 프로젝트가 대중에 공개되기도 한다. 상업적 혹은 공익적 기회가 포착될 때 회사는 프로젝트의 방향을 튼다. 우리나라의 블록체인 스타트업 해치랩스는 더 많은 개발자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내부의 프로젝트를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전환했다. 그 프로그램 이름은 비습(vvisp)이다.
“처음 시작은 회사 내부의 작은 프로젝트였습니다. 블록체인 분야에선 아직 개발자들의 개발 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편리한 개발을 돕는 개발 도구가 많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개발 도구를 만들겠다고 시작했다가, 기존 개발 도구보다 편리한 기능이 계속 추가되면서 다른 개발자들도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개발자가 이 프로그램에 들어와 비습이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비습이 모든 개발자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밝힌 최지혁 해치랩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이 프로그램은 블록체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를 위한 도구”라고 밝혔다. 최 엔지니어는 “스마트 콘트랙트와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을 개발하는 분들에게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습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선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스마트 콘트랙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최 엔지니어는 “스마트 콘트랙트에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선 업그레이드, 롤백, 버전 관리 등에 필요한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치랩스 팀은 한 달 동안 개발된 비습의 알파버전에 대한 피드백을 여러 팀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그러면서 업그레이드 가능한 스마트 콘트랙트뿐 아니라 범용적으로 쓰일 수 있는 개발도구로 그 모습이 바뀌었다. 그것이 최근 공개한 비습의 모습이다. 피드백 과정에서 최지혁 엔지니어는 “업그레이드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다”면서 “이 기능은 유용하지만 잘못 쓰일 경우 중앙화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이런 논의가 활발하지 않아 업그레이드 기능 자체가 많이 쓰이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면서 “쉬운 배포와 운영 등 해치랩스가 개발한 기능이 기존 콘트랙트 개발에도 유용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해치랩스는 왜 비습을 오픈소스로 공개했을까? 첫 번째 목표는 더 많은 개발자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두길 원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블록체인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인력은 부족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최 엔지니어는 “기존 개발자들이 블록체인 개발에 느끼는 진입장벽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오픈소스 개발 도구가 많을수록 블록체인 개발 환경은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디앱을 운영하기 위해선 콘트랙트 외에도 알아야 할 게 많다. 최지혁 엔지니어는 “(콘트랙트) 배포를 위해선 몇십 줄의 스크립트를 작성해야 하고 콘트랙트 배포 순서를 설정하는 등 ‘배포’라는 행동 전에 고려하고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존재한다”면서 “배포 후 운영에서도 마찬가지로 함수를 호출하기 위해 또 다른 코드를 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엔지니어는 “이러한 작업은 개발자의 핵심 업무 수행에 방해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습은 매우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명령어를 사용해 배포와 운영에 필요한 작업을 간소화한다”며 “이를 통해 개발자가 프로젝트의 핵심 로직(logic)에만 집중하게 한다”고 전했다.
해치랩스는 전 세계 개발자 누구나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에 있어 해치랩스의 솔루션을 쓰게 하자는 미션을 두고 있다. 개발도구 비습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해치랩스는 블록체인과 서비스 간 통신을 돕는 미들웨어 솔루션을 개발하기도 했다. 안전한 스마트 콘트랙트 작성을 위한 보안 감사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블록체인 기술 기업은 블록체인 정보를 편리하게 조회하기 위한 미들웨어도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의 그라운드X와 SK텔레콤도 해치랩스의 고객이다.
최지혁 엔지니어는 “해치랩스는 스마트 콘트랙트 보안 감사 서비스로 시작해 디앱 개발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전문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면서 “블록체인 생태계에 꼭 필요한 솔루션을 함께 만들어갈 팀원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고 밝혔다.
/심두보기자 shim@decenter.kr
- 심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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