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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형 암호화폐 거래소 1년, 사기가 판친다

거래소 자체 코인 이벤트로 사기 행각 벌이는 중소형 거래소

뉴비트, 수 많은 이벤트로 투자자 현혹…피해금 가늠도 안돼

업계 "암호화폐 시장 활성화? 법률적으로 확실한 선 그어줘야"



지난해, 설립 두 달 만에 중국의 ‘에프코인(Fcoin)’이라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거래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려놓은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바로 ‘트레이드 마이닝’이다. 당시 이 거래소 회원들은 거래소 내에서 암호화폐를 매매할 경우 지불하는 수수료 전부 또는 절반을 거래소 자체 코인으로 돌려받았다. 더 많이 매매할수록 더 많은 코인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해당 거래소는 초반에 투자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트레이드 마이닝(Trade Mining): 거래자가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 거래량에 따라 거래소 코인을 채굴 형태로 보상받는 방식

에프코인의 급작스러운 날갯짓에 국내에선 너나 할 것 없이 이러한 모델을 지향하는 중소형 거래소가 수두룩하게 생겨났다. 일부 거래소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토큰 이코노미 모델을 짠다는 식의 홍보를 했다. 하지만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고, 계류된 소송도 없다 보니 일부 악의적인 거래소 운영사는 ‘핫’한 아이템을 악용해 일반 투자자의 주머니를 교묘히 털어가고 있다.



최근 사례 어떤가…업계 “뉴비트가 대표적 악용 사례”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바로 일산에 위치한 암호화폐 거래소 ‘뉴비트’다. 지난해 12월 설립된 이 거래소는 ‘사전 회원 가입 이벤트’와 ‘100원 하한가 이벤트’, ‘손실보상 이벤트’, ‘IEO 이벤트’ 등 수 많은 이벤트를 통해 일반 투자자를 모았다.

특히 문제가 됐던 것은 사전 회원 가입 이벤트와 하한가 이벤트다. 사전 회원 가입 이벤트는 상장 직전 일정 기간 동안 회원 가입해 소량의 자금을 투자하는 고객에 한해 뉴비트 토큰 50개에서 100개가량을 무상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현 거래소의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슬로건이 무색하게도 뉴비트는 사전에 가입한 회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며 코인 유통량을 속였다. 지난해 12월 초에 올라간 공지사항에 따르면 거래소 측은 당시 가입한 회원 수가 2만 명 이상이라고 공지했고 그로부터 3일 뒤엔 회원 수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는 내용을 실었다. 3일 만에 회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심이 들끓었다. 이 공지는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됐다.

‘뉴비트 덤핑 관련 양심 고백한다’며 거래소 텔레그램 대화방에 들어온 김 모 씨는 “뉴비트 사전 회원 가입자 수는 사실 만 명도 안 된다”며 “그런데도 거래소는 (가입자 수가) 5만 명에 가깝다고 공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거래소 측에서 4만 명은 임의로 만들어 집어넣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이 행실의 핵심 인물인 박 모 대표는 거래소를 팔고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뉴비트는 일정 금액 미만의 매수 및 매도 주문을 금지함으로써 토큰의 시세를 정해진 가격 밑으로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토큰 가격 방어 정책의 일환으로 ‘하한가 이벤트’를 진행했다. 거래소 측은 단순히 일정 금액을 정해놓고 이러한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일주일마다 하한가를 100원씩 상승시킨다는 입장을 보였다. 뉴비 토큰의 시세를 끌어올리려는 의지 혹은 수작이 드러난 부분이다. 이에 따라 수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생각한 투자자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을 입금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당시 거래소 측은 오후 세 시께 하한가 이벤트를 실행할 것이라고 했지만, 해당 이벤트는 세 시간이 지연된 6시에 진행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 시간 뒤. 어떠한 공지도 없이 하한가가 풀려버렸다. 이에 따라 어마어마한 물량이 매도되면서 당일 뉴비 코인은 300원대로 떨어졌다. 뉴비트 집단 고소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선린의 임원규 변호사는 “거래소 측에서 하한가를 풀어버린다는 것은 애초에 이러한 이벤트를 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으로 밖에 풀이되지 않는다”며 “심지어 해당 거래소는 외주 관리 업체가 서버를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개발상의 문제라고 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주 관리 문의 결과, 해당 업체는 하한가 해지 문의가 들어와 기능을 해지한 것뿐이라는 답변을 내놨다”며 “모든 이벤트를 통틀어 (거래소가) 거둔 수익은 가늠조차 안되는 수준이다. 대규모 금융사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 법률 없는 상태에서 활성화되면 피해만 늘어간다
당장 눈앞 이익만을 위해 투자를 유도하는 중소형 거래소는 뉴비트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거래소들은 일반 투자자뿐 아니라 저마다의 비즈니스 모델로 업계의 건전한 성장을 지향하는 일부 거래소들의 앞길을 막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사기행각을 벌인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대한 사법부의 확실한 입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실은 어떨까. 이러한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면 대부분의 거래소 관계자들은 ‘경영 판단 실수’를 대며 사기죄를 교묘히 피해간다. 익명성이 어느 정도는 보장되는 암호화폐 시장 특성상 작정하고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확증을 모으기 어렵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사기를 염두에 둔 거래소는 임원이나 거래소 운영 법인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숨기기도 한다.

관련 업계 변호사들은 “만일 이러한 사태가 형사재판까지만 간다면 엉겁결에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왔다가 어마어마하게 피해 입는 사람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이라며 “수사기관에서 엄격하게 선을 그어줘야 이 산업이 좋은 방향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김연지 기자
yjk@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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