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현재 규제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론 규제 당국이 과도하게 규제를 가해 산업을 무너뜨리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겠죠. 현재 SEC는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 수가 많은 만큼 테러자금조달과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3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맨해튼에서 진행된 블록체인 행사 ‘컨센서스 2019(Consensus 2019)’에서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SEC 위원은 이같이 말하며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견해를 나눴다. 피어스 의원은 SEC 위원 중 유독 암호화폐 산업을 지지해온 인물이다. 이 산업에 인재들이 모여들면서 혁신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는 규제가 암호화폐 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해오기도 했다. 다음은 크리스 브러머 조지타운대학교 교수가 피어스 의원을 상대로 진행한 일문일답이다.
현재의 규제 상황에 만족하느냐. 암호화폐 산업의 어떤 분야에서 더욱 뚜렷한 규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가.
우선 내가 SEC의 입장을 대변하진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규제 공백이)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다. 미국에선 아직 의미 있는 규제 가이드라인이 나온 적이 없다. 더군다나 미국 SEC 내 중요한 결정권자들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견해를 내비친 적도 없다. 영향력 있는 발언(statement)이 나온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 중요한 것은 SEC가 아예 암호화폐 산업을 아예 내버려 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많은 스타트업과 개방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핀테크 전담 부서인 ‘핀허브(FinHub)’의 주도로 스타트업과 교류해왔다. 이는 (향후 암호화폐 규제에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핀허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스타트업이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과 미래에 대한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다. 그들이 규제 당국 관계자를 상대로 블록체인 기술이 단순 기술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어떻게 하면 잘 어필할 수 있는 것일까.
이미 일부 사람들은 기술 시연 등을 통해 잘 어필하고 있다. 규제 당국 관계자의 눈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간절함도 있고 긴장감도 돈다. 규제 당국 관계자가 물어보는 질문들에 확신 있게 대답하면 좋은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확신에 찬 대답은 본인이 기술을 왜 적용했고 이러한 비즈니스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충분히 고뇌했다는 증명이기 때문이다.
ETF 등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가 나오기 적당한 시기라고 보는지.
서비스 출시 시기로 적당한 때는 작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지금이 시기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SEC는 시장 조작 등 암호화폐 시장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시장 자체에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를 위해선 암호화폐 생태계 종사자들이 움직여야 한다. SEC를 방문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보안 조치가 도입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규제 샌드박스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다. 규제 샌드박스는 분명 신산업 규제에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테지만, 아직 미국 규제 시스템은 모든 것을 아우르기보다는 단편적인 면모가 있다고 보는데.
규제 샌드박스는 나 또한 우려하는 부분이다. 혹시나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산업을 규제로 발 묶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샌드박스를 통해 앞날 창창한 청년들에게 (탄탄한 건물이 아닌) 모래성을 짓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산업이 자율 규제를 통해 미국 SEC 의원들과 결정권자들을 교육해주길 바란다. 그로 인해 SEC는 산업 발전을 장려하는 좋은 규제 가이드라인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본다.
전 세계가 규제를 뜯어 고쳐가며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미국 암호화폐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 미국 청년들은 블록체인 산업에 있어 매우 열정적인 자세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른 국가들은 혁신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규제를 고쳐가면서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미국에선 이 산업에 대한 규제가 명확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사실 ‘혁신’과는 조금 거리가 먼 국가였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타국과 여러 면모를 두고 경쟁해 이겨나가는 미국이 되기를 개인적으로 바라고 있다.
/뉴욕=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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