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나왔을 때 왜 우리는 카카오톡·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를 생각해내지 못했을까?’란 갈증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전에 없던 서비스가 나올 때 (저희는) 사용자 입장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저희가 개발자, 기획자, UX 디자이너인데도 말이죠. 다음에 기술적 혁신이 오면 우리 손으로 판을 뒤집을만한 서비스를 만들자고 했습니다.”
28일 서울 강남구 헥슬란트 사무실에서 디센터 기자와 만난 류춘 헥슬란트 전략팀장(Chief of Strategy Officer)는 창업 계기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블록체인’이란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고, 그에 걸맞은 획기적인 서비스를 내놓겠단 포부다.
헥슬란트는 지난해 2월 삼성전자 출신 보안·네트워크·소프트웨어 개발진이 설립한 블록체인 기술연구소다. 블록체인 엑설레이팅, 콘트랙트 개발 및 안정성 검증, 블록체인 투자 플랫폼 등 기술 기반 비즈니스를 진행한다.
지난 21일에는 블록체인 상용화 기술 API ‘헥슬란트 노드’를 출시했다. 헥슬란트는 메인넷 API 12개를 구축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다. SK플래닛, 스쿱미디어 등 20곳이 헥슬란트 노드를 사용하고 있다. 류 팀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되면 블록체인에 잡힌 입출금 기록도 기업이 회계 리포트로 제출해야 할 것”이라며 “헥슬란트 노드로 이 부분을 리포트화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춘 팀장의 전공은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이다. 삼성전자에서 홍채인식기반 딥러닝 솔루션을 연구하다 창업에 뛰어들었다. 딥러닝과 블록체인 UX 설계의 차이점을 묻자 그는 “UX를 설계하기에는 블록체인이 훨씬 어렵다”며 “딥러닝에 대한 정의는 개념적으로 합의가 이뤄졌지만 블록체인이란 말 자체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말을 두고도 서로 의미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블록체인 서비스에 필요한 니즈를 찾기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류 팀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UX를 잘 설계하기 위해선 기술에 대한 공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UX 디자인을 잘했던 사람이니까 블록체인에서도 잘할 것이라고 판단하면 큰 오산”이라며 “기술 특성을 충분히 알고 디자인하는 것과 아닌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화면에서 어느 부분을 확대하고 줄일지 설계하는 것도 기술을 이해해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킬러 서비스를 만들려는 열정이 있는 인재를 찾는다”며 “기술적 이해와 비즈니스적 설득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더욱 좋다”고 전했다. 그는 “이 모든 걸 당장 다 갖춰야 한단 의미는 아니”라면서 “끊임없는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면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헥슬란트는 디센터가 주최하는 대학생 블록체인 인턴십 연계·매칭 프로그램 ‘파운더스 2019 SUMMER X SK C&C 인싸잇’에 함께 한다. 지난 겨울에 진행된 ‘파운더스2019’에 참여했던 권영준 학생은 헥슬란트 서비스 운영팀에 정식으로 입사했다.
파운더스 2019 SUMMER X SK C&C 인싸잇 프로그램은 SK C&C와 고려대학교, 디센터유니버시티가 공동 주최한다. 대학생들은 모든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접수는 오는 7월 2일까지다. 총 110명의 대학생을 선발한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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