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제2의 비트코인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 개발자 출신의 업계 관계자는 현재 블록체인 개발 생태계를 이렇게 묘사했다.
블록체인의 기본 개념은 탈중앙화다. 이에 맞춰 대다수 프로젝트는 개발 소스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공개된 소스코드를 사용해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것. 건물의 설계도면을 공개해 누구나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비슷하다.
소스코드가 하나의 설계도라면 이를 개발하는 데는 분명히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을 텐데, 최초 개발자는 왜 무상으로 이를 공개할까. 답은 집단지성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다양한 지식과 배경을 가진 여러 사람이 소프트웨어 개발 및 개선에 참여한다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믿음이 오픈소스의 전제다.
문제는 블록체인 소스코드는 공개돼 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기여가 없다는 것이다. 소스코드는 뼈대다. 누군가가 살을 붙이는 기여 작업을 해야만 가치가 생기지만 모두가 뼈대만 빗고 있다. 프로젝트들은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 개선하기보다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찍어내기 바쁘다. 소스코드 공개는 그저 의무인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타 프로젝트의 오픈소스를 토대로 블록체인을 구축했을 때 “실력 없다”, “컨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쏟기도 한다. 오픈소스라는 단어가 무색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픈소스라는 게 원래 공개된 코드를 가져와 살을 붙이는 것”이라며 “현 상황은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전했다.
우리는 이미 한 번 오픈소스의 힘을 경험했다. 하둡은 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다. 창시자 더그 커팅이 구글 분산 파일시스템(GFS) 논문을 참고해 개발한 게 최초의 형태다. 초기에는 그리 대단한 소프트웨어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여러 개발자가 하나둘 하둡을 발전시키면서 현재는 빅데이터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소프트웨어로 성장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개발자 컨퍼런스부터 소모임까지 블록체인 개발자들을 위한 소통 채널도 만들어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개발자들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중 겪었던 고충이나 문제점 등을 공유한다. 새로운 지식을 쌓아간다. 이들의 노력으로 언젠가는 오픈소스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 ‘블록체인계의 하둡’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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