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와 밥이 계약을 체결하고자 한다. 앨리스는 계약 조건을 내걸어 밥에게 제안서를 보냈고, 밥은 거절했다. 앨리스는 계약조건을 바꿔 다시 제안서를 보냈고 밥은 동의했다. 이 협상 과정은 모두 자동으로 이뤄졌다. 이후 앨리스가 계약조건을 이행했는지 여부도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확인했고, 계약은 최종적으로 이행됐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스마트 컨트랙트다. 계약 조건이 디지털 명령어로 기록될 경우,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은 이행된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창시한 미국의 컴퓨터과학자 닉 자보(Nick Szabo)는 30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코리안블록체인위크(KBW 2019)의 메인 행사 디파인(D.FINE)에서 스마트 컨트랙트의 활용 분야와 미래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스마트 컨트랙트가 서로 다른 국가 간 계약을 체결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고 강조했다.
닉 자보는 “앨리스와 밥의 사례처럼 제안을 보내고, 거절하면 자동으로 다시 제안을 보내는 과정은 스마트 컨트랙트의 기본”이라며 “스마트 컨트랙트를 좀 더 활용하면 담보물 설정 등 좀 더 어려운 계약조건 설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닉 자보는 “이런 스마트 컨트랙트의 장점을 활용하면 국경을 초월한 계약도 쉽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로 계약을 체결하면 소송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닉 자보가 강조한 장점이다. 그는 “서로 다른 국가의 사람이 소송할 경우 어느 나라 법을 따라야 하는지 관할의 문제가 생기는데,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 계약은 이런 소송의 부담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계약이 이루어지면 계약의 진행 과정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닉 자보는 스마트 컨트랙트가 쓰일 수 있는 서비스의 예로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을 들었다. 그는 “요즘 화두인 디파이 서비스의 일부인 채권, 대출, 선물 등 금융 파생상품에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암호화폐를 맞바꾸는 아토믹 스왑(Atomic Swap)에도 유용하게 쓰인다”며 “조건을 갖추면 자동으로 암호화폐를 스왑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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