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 있다. 바로 ‘나이키 마스야드 2.0’다. 나이키와 미국 현대 예술가 톰 삭스(Tom Sachs)가 함께 만든 이 한정판 운동화는 초기 23만 9,000원에 발매됐지만, 온라인에서 프리미엄이 붙으며 현재는 수 백만 원에 이르는 가격대를 호가하고 있다. 이 같은 한정판 리셀(Resell·되팔기) 마켓은 특히 수집용으로 인기가 높은 신발 시장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F1ZZ, 어디에·언제 상장되나?
‘피즈(F1ZZ)’는 한정판 리셀 마켓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이탈리아 프로젝트다. 피즈는 명품 신발이나 옷 같은 한정판 의류 상품을 토큰으로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판매자는 소유하고 있는 한정판 콜렉션의 지분을 쪼개 팔 수 있고, 구매자 입장에선 소액 투자가 가능해진다.
피즈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토큰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F1ZZ’ 코인이다. F1ZZ는 이더리움 발행기준 ERC-20을 따르는 유틸리티 토큰으로 거래소를 통해 매매할 수 있다. 총 발행량은 350억 개다. F1ZZ는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상장될 예정이다. 빗썸 관계자는 “F1ZZ 토큰은 피즈 재단과 논의를 통해 빗썸에서 최초 상장하기로 했다”며 “정확한 상장 일정은 시세에 영향을 미쳐 공개하기 어렵지만 아마 4분기 이내에 될 것”이라고 말했다.
SFT란?
피즈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토큰은 ‘SFT(Semi-Fungible Token·준대체가능토큰)’이다. 해당 토큰은 ERC-1155 발행 기준을 따른다. ERC-721로 발행되는 NFT와 유사하지만, 발행되는 수량이 다르다. SFT는 일종의 소유권이다. 피즈 플랫폼 내에서 나이키 마스야드 2.0 신발을 판매한다고 가정할 경우 해당 제품을 토큰화하면 투자자들은 ‘마스야드 2.0’이라는 SFT 토큰을 배당받게 된다. 발행된 수천 개의 ‘마스야드 2.0 SFT’ 토큰은 실물 콜렉션 가격이 오르면 함께 오르는 구조다. 이후 SFT를 F1ZZ로 바꿔 매매하는 방식이다.
ICO, IEO도 아닌 ISO?
피즈 플랫폼에서는 고객들이 SVC(Scarce Viral Commodities·공급제한상품) 생산과 구매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SVC는 피즈의 마르코 스타글리아노(Marco Stagliano) 대표가 프로젝트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단어다. SVC 제작은 ISO(Initial Shoe Offering·초기신발공개)라는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예를 들어 피즈 플랫폼에서 신발 디자이너가 한정된 수량의 SVC를 만들고자 한다면 개인 투자자들이 F1ZZ를 사용해 해당 ISO를 후원하고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SFT를 배당받는 형식이다.
핵심 플레이어를 직접 선정한다?
중고제품이 거래되는 만큼 리셀 시장에서는 ‘감별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피즈 생태계에도 정품 감별사가 핵심 플레이어로 활동한다. 네트워크 유지를 위한 노드 역할을 맡으며 재고관리와 가품 여부도 판단한다. 피즈는 백서를 통해 유통 시장에서 발생한 수수료 중 70%를 감별사에게 분배한다고 명시했다.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맡는 만큼 정품 감별사는 F1ZZ 재단이 선정할 예정이다. 다시 말하면 핵심 플레이어를 재단이 선정한다는 점에서 권력을 향한 견제가 불투명해질 우려도 있다는 뜻이다. 아직 피즈 생태계 내에서 감별사를 견제할 수 있는 뚜렷한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유통 과정에서 위·변조가 불가능하겠지만, 초기부터 가품이 유통되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오라클 문제다. 피즈가 어떻게 오라클 이슈를 해결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조재석기자 cho@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