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부산에 다녀왔다. 지스타를 보기 위해서였다. 역대 최대 규모 부스라지만 블록체인 게임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관객들이 블록체인 게임을 직접 즐길 수 있는 곳은 ‘파이브스타즈’ 부스가 거의 유일했다. 그마저도 야외주차장에 설치돼 관객들은 찬바람에 손을 녹여가며 스마트폰을 두드렸다.
“혹시 방금 플레이한 게임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느껴지셨나요?” 파이브스타즈 부스를 찾은 관객들에게 질문을 건넸다. 궁금했다. 블록체인 게임을 플레이하는 일반인(?)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뇨, 전혀 모르겠는데요?”
아쉬운 답변이었다. 기사를 쓰려면 블록체인 기술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한 답변이 필요했다. 어쨌건 다른 일반 게임도 아닌 블록체인 게임이니까. 그렇게 칼바람 맞아가며 한 시간을 더 서성인 결과,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날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천천히 되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문(愚問)이었다. 블록체인 게임을 즐겼던 대부분의 유저는 사실 블록체인 기술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캐릭터가 예쁘다.” “조작이 쉽다.” “스킬이 화려하다.” 등 관객들은 평소 일반 게임을 플레이할 때 느끼는 흥미 요소들을 블록체인 게임에서도 그대로 찾고 있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이 느껴졌느냐고 묻고 다녔다니. 부끄러웠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블록체인이란 신기술이 게임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줄 거라 믿게 됐다. 캐릭터와 아이템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유저가 직접 소유할 수 있다. 네트워크만 유지된다면 나의 캐릭터를 영원히 간직할 수도 있다. 이처럼 분산원장기술(DLT)이 가져다주는 ‘기술적인’ 특징들이 마치 게임 산업에 적용될 절대적 가치라 생각하게 된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느껴지셨나요?”라는 우문은 그렇게 입 밖으로 나왔다.
부스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친구, 가족, 커플이 손을 잡고 터치 패드를 눌러가며 게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웃음이 데이터의 영구적 소유와 불변성에서 오는 것 같진 않았다. 돌이켜보게 됐다. 그동안 나는 왜 그토록 게임을 열심히 즐겼었던 걸까? 친구들과 함께해서. 재밌으니까. 하게 되면 웃으니까. 줄곧 게임을 해왔던 게 아닐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지스타 현장에서 실제 블록체인 게임을 즐기는 관객들을 보며 나는 다시금 깨닫게 됐다. 블록체인 게임은 ‘블록체인’이 아니라 ‘게임’에 집중해야 한다는, 그 진부하고 자명한 사실을 말이다.
게임을 한껏 즐긴 커플은 돌아서서 나가며 말했다. “자, 이제 어떤 게임 해보러 갈래?”
/조재석기자 ch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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