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당장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할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CBDC 연구는 계속한다.
소식을 접한 업계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그간 “CBDC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보고서에서 “가까운 장래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중국, 스웨덴 등 CBDC에 적극적인 일부 국가들의 발행 동기가 우리나라에는 적용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행사를 기점으로 전해진 ‘CBDC 발행설’을 전면 부인했다. CBDC에 대한 내부 기조를 바꾼 적 없다는 것이다. 윤성관 한국은행 전자금융조사팀 팀장은 “한국은행은 당장 CBDC를 발행할 계획이 없다”며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 한정적인 영역에서 사용하는 거액결제용 CBDC를 연구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증권결제 비용 등 일부 거래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CBDC 관련 내용을 공부한 것뿐이기 때문에, 도입을 검토한다는 말 자체가 확대된 해석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급결제 분야의 디지털 혁신 연구’ 분야 박사급 연구인력 채용 공지를 두고도 CBDC 발행에 착수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많았다. 이에 대해서 윤성관 팀장은 “관련 연구를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는 것일 뿐”이라며 “IT 분야 경험이 있는 연구 인력을 통해 연구 역량을 확충하기 위함”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향후 결국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고, CBDC는 그 시대를 준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KIF) 연구위원은 “현재는 현금 사용이 점차 줄어드는 ‘레스 캐시(less cash)’ 사회”라며 “이를 지나 ‘캐시 리스(cash less)’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완벽한 현금 없는 사회가 되기까지 준비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금과 디지털화폐가 공존하다가, 상당히 먼 미래에 실물화폐가 없어질 것”이라며 “이때 CBDC가 대체 화폐의 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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