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활용 방법을 전한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됐던 버질 그리피스(Virgil Griffith)가 보석금 100만 달러(11억 5,700만 원)를 내고 풀려났다. 단, 판사는 그리피스에게 앨라배마(Alabama)주에서 그의 부모와 거주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버논 브로데릭(Vernon S. Broderick) 뉴욕 남부지방법원 판사가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브로데릭 판사는 그리피스에게 보석금 100만 달러를 내고 석방되는 조건으로 그의 부모와 함께 머무르라고 명령했다.

그리피스가 세인트키츠네비스 여권을 발급받으려 시도했음에도 판사는 그가 세인트키츠로 여행하는 걸 허락했다. 세인트키츠네비스는 세인트키츠 섬과 네비스 섬으로 구성된 국가다. 그리피스는 그의 여권으로 캐나다, 멕시코, 그리고 세인트키츠네비스를 포함한 카리브 해 일부 지역을 여행할 수 있다. 보석금은 그리피스 친척이 마련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피스는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의 연구 과학자다. 지난달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위반 혐의로 LA(Los Angeles)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는 지난 4월경 북한 평양에서 열린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는 컨퍼런스에서 자금 세탁과 대북 제재 회피에 북한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IEEPA에 따라 미국인은 재무부와 해외자산통제국(OFAC,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 허가 없이 북한에 상품, 서비스, 기술 등을 수출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IEEPA를 적용하면 최대 징역 2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이더리움 공동창시자는 지난 2일 “그리피스의 석방 청원서에 서명했다”고 밝히며 미국 당국을 비판했다. 부테린은 “그리피스의 발표가 오픈소스에 대한 공개된 정보에 기반한 것”이라 주장하며 “그리피스가 북한이 나쁜 일을 하는 데에 실질적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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