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면서 투자자들은 여러 문제에 직면하곤 한다. 대표가 행방불명이 돼 입출금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내부 관계자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또는 자금 사정으로 거래소가 파산해 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도 문제 중 일부다. 최근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거래소에서도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외의 경우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도 까다롭다.
쿼드리가와 유사한 사례가 또 다른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도 발생했다. 중국계 임원진이 몽골에 설립해 운영했던 아이닥스(IDAX) 사건이다. 지난해 11월 레이궈롱(LeiGuorong) 아이닥스 대표가 고객 자산이 든 콜드월렛을 들고 잠적했고 거래소 입출금이 막혔다. 쿼드리가와 달리 아이닥스 대표의 잠적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아이닥스는 한 때 코인마켓캡 기준 거래량 순위 10위에 들었던 대형 거래소였으며, 국내 중소 프로젝트가 발행한 암호화폐가 다수 상장돼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닥스가 이용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입출금 지연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국내 투자자는 총 246명으로 모두 입출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중 일부 투자자들은 아이닥스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이닥스 이전에도 해외 거래소로 인해 피해를 본 국내 투자자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적절한 대처법을 찾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의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며 “사이트 접속 불가, 피싱사이트 등 다양한 문제에도 거래소 규모가 작거나 투자금이 소액이라 대처하지 못했던 게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강성신 법무법인 해내 변호사는 “우리나라 형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전조에 기재한 이외의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며 “중국인인 아이닥스 대표의 행위가 중국에서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국에서 고소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고, 중국 당국에 직접 고소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강성신 변호사는 고소 절차 이전에 면밀한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닥스와 같은 행위가 거래소 자체에 대한 횡령 혹은 배임행위인지, 또는 거래소 이용자들에 대한 사기 혹은 절도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형사소송과 달리 추가적인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강성신 변호사는 “민사소송의 경우 법적 절차의 진행 여부를 떠나 당사자에 대한 송달, 관할 지정, 출석과 재판 진행 등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법에 따른 제재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해외 거래소에 대한 소송은 국내 거래소와 비교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신 변호사는 순차적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를 모으고 △다른 피해자들의 대처 상황을 살펴보고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볼 것 등을 조언했다.
외국인 운영진이 한국에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국내서 소송을 진행한 후 재산에 대한 강제 집행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여러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게 강민주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가장 쉬운 방법은 운영진 거주 국가 법원에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지만, 외국에서 외국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소를 제기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외국인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는 하나 외국송달 등의 절차를 거쳐 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 판결로 운영진의 재산을 강제집행하기 위해서는 한국 법원에서 받은 판결문을 해당 국가에서 집행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는 별도 소송 을 해당 국가의 법원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민주 변호사 역시 “해외 거래소로부터 피해를 본 경우 해당 거래소 운영진들의 국적과 한국 내 지점 등 재산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빠른 시일 내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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