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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업비트 자전거래·시세조작 혐의에 재판부는 왜 무죄를 선고했을까?

재판부, ID 8에 입력된 전자정보는 객관적 숫자에 불과…어떻게 운영됐는지 살펴야
가상화폐 관련 법률 없어…거래소가 직접 유동성 공급하는 것이 금지된다 해석하기 어렵다
법조인들, "법률 공백으로 인해 불법적 관행을 불법이라 선고하기 어려울 수 있다"

  • 도예리,노윤주,박현영 기자
  • 2020-01-31 16:18:43
(종합)업비트 자전거래·시세조작 혐의에 재판부는 왜 무죄를 선고했을까?
출처=셔터스톡.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며 가짜 회원 계정을 생성해 약 1,500억 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31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제12형사부(오상용 부장판사)는 사전자기록위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송치형 두나무 의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업비트 운영진 2명에게도 무죄 판결을 내렸다.

송 의장을 포함한 업비트 운영진 3명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숫자 ‘8’이란 ID를 만들고 전산을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이 ID에 1,221억 원 규모의 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꾸미고 가짜 거래를 지속해 실제 회원의 거래를 유도한 혐의로 2018년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 “ID 8에 입력된 전자정보는 객관적 숫자에 불과…어떻게 운영됐는지 살펴야”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으로 두나무가 ID ‘8’에 허위로 자산을 충전했는지 여부를 꼽았다. 해당 계정에 전자 정보를 입력했고, 입력할 때마다 전자 정보에 상응하는 원화나 가상화폐를 입고한 점이 없다는 것은 재판부도 사실로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업비트가 해당 계정에 입력한 전자 정보와 실제 입금 금액을 동일한 의미로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력된 정보는 객관적 숫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재판부는 “전자 정보가 입력될 당시 해당 숫자가 두나무가 실제 보유한 자산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보다는 실제 ID 8이 어떻게 운영됐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피고인 측은 “ID 8에 입력된 전자 정보는 가상화폐나 원화 허위 충전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며 “자동주문 프로그램을 위한 한도 값을 설정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피고인 진술이 일관됐다며 “ID 8 계정이 제출한 주문이 자동주문 프로그램에 따라 이뤄졌다면 해당 계정에 입력된 전자정보는 주문을 제출할 기술적 장치로서 기능했다는 개연성이 있다”고 전했다.

즉, 재판부는 ID 8에 입력된 전자정보는 주문 한도로 기능했을 뿐 해당 계정의 자산 및 잔고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사전자기록위작 혐의는 증명되기 힘들다고 봤다.

재판부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법률 없어”
검찰은 사기에 관한 공소사실로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직접 거래에 참여한 점 △두나무가 가상화폐나 원화를 대부분 보유하지 않은 채 업비트 회원과 거래한 점 △두나무가 임의로 가격을 형성한 점 △거래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업비트 회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두나무가 계정을 만들어 직접 거래에 참여한 점에 대해 “관련 법률이 없는 이상 가상화폐 거래소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법, 원화를 보유했는지 여부, 그리고 시장이 교란됐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가상화폐 거래소가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해석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두나무가 거래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업비트 회원에게 공지하지 않은 점도 기망 행위라 보긴 힘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비트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주식거래소와 비슷한 외관을 형성해 운영하고 있으나 가상화폐와 주식은 동일한 성격의 자산이 아니고, 가상화폐 거래소는 매우 많다”며 “한국거래소와 유사한 외관을 형성했단 이유로 동일한 규율을 적용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규정하는 특별한 규율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두나무가 직접 거래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회원에게 공지할 법률적 의무가 없다는 의미다.

법조인들 “법률 공백으로 인해 위법적 관행을 불법이라 선고하기 어려워”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법률이 없으면 형벌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근대형법상의 기본원칙이다. 법조인들은 이번 무죄 판결이 나온 배경으로 가상화폐 관련 법률이 없다는 점을 짚었다.

박주현 법무법인 황금률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관행은 법의 잣대로 볼 때 불법성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규율하는 법이 없기 에 완전히 ‘불법’이라 선고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하면 업비트처럼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강민주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재판부가 자본시장법과 같이 거래소의 책임·의무를 정하고 있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건전한 의무를 부과할 수 없고, 실제 위 자전거래가 회원들 거래에 착오를 일으킬 만큼 영향을 미치지도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석했다.

강 변호사는 “업비트 자전거래 혐의는 현존하는 대부분 거래소에 적용되는 것으로 ‘리딩 케이스’가 된다”면서 “이에 대해 법원은 법률 공백으로 인해서 거래소의 공정성 및 투명성 의무에 다소간 면죄부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강민주 변호사는 “가상화폐를 주식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거래소에 한국거래소와 같은 엄격한 의무를 부여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업비트와 달리 중소 거래소 중 일부는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이란 명목하에 회원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하는 실정을 고려해 최소한의 규제가 신속하게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재판에 성실히 임했으며 우리 주장이 받아들여져 사기 및 사전자기록위작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결이 나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 측에서 이번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하면 2심이 진행된다. 두나무 관계자는 “검찰 측에서 항소 여부를 밝히기 전까지는 이에 대한 답변을 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도예리기자·노윤주기자·박현영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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