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월요일’이 아니라 ‘검은 목요일’이 됐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증시가 33년 만에 최악의 하락 폭을 맞았다. 대체자산 중 하나인 비트코인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하루 만에 40% 가까이 폭락했다. 주요 알트코인 중에선 비트코인에서 쪼개져 나온 비트코인캐시(BCH), 비트코인SV(BSV)가 최대 하락 폭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도 영향을 크게 받았다. 13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개장 직후부터 동반 폭락하면서 시장 매매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4분 1초 코스닥 시장이 급락하자 매매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1단계 서킷브레이크를 발동했다.
업계는 이번 하락세의 원인으로 코로나 19 확산과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대상 입국 금지 조치를 꼽고 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이 심한 유럽 국가 국민에 대해 13일부터 30일까지 미국으로의 여행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입국 금지에 해당하는 조치로,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국에 적용된다.
13일 오전 10시 코인마켓캡 기준 BTC 국제 가격은 전날 같은 시간보다 39.27% 하락한 4,773.11달러다. ETH도 42.74% 떨어진 109.79달러로 크게 하락했다. BCH는 43.33% 하락한 149.24달러, BSV는 43.83% 떨어진 106.15달러를 기록하며 주요 알트코인 중 최대 하락 폭을 보였다. 암호화폐 역사상 전례 없는 낙폭이다.
모든 암호화폐가 ‘대장 코인’ BTC의 가격을 따라가지만, ETH와 BCH는 BTC와의 가격 연관성이 특히 큰 종목이다. 대장 코인이 폭락하자 BTC보다 더 크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워치는 +1부터 -1까지의 숫자로 상관계수를 나타내 각 암호화폐 종목의 가격 연관성 정도를 분석한다. 지난 한 달 간 BTC와 ETH 가격의 상관계수는 0.88로 매우 높다. BTC와 BCH 간 상관계수도 0.81로 높다. BSV의 경우 BTC와의 상관계수는 0.65로 다른 알트코인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지만, BCH와의 상관계수가 0.83으로 매우 높다.
암호화폐 투자 인플루언서인 이기행 플루토스 COO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입국 제한 조치를 알리면서 비트코인이 가장 먼저 반응했고, 전 세계 증시가 폭락 중”이라며 “이는 경제 순환에 의한 폭락이라기보다는 미국 대통령 발언이라는 큰 사건에 의해 강력한 하방 모멘텀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8년 초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다”고 발표했을 때 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했듯, 특정 사건으로 인한 하락세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유럽 코로나 확산세가 아직도 거세기 때문에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가격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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