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암호화폐 지갑 주소 중 단 하나의 이더리움(ETH) 지갑에서만 221건의 입금 내역이 나왔다. 금액 대부분이 2018년 초부터 중순까지 입금된 것으로 보아 조주빈이 2018년부터 범죄 행각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갑 주소로는 ‘각 거래소에서 몇 번 입금됐는지’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인원수와 입금자 명단은 각 거래소의 협조로 추려야 한다. 또 조주빈의 비트코인(BTC), 모네로(XMR) 지갑 주소 등을 추가로 분석할 경우 범죄에 연루된 사람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장병국 크립토퀀트 CSO는 “박사방 운영이 시작된 시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주빈의 이더리움 주소에서 하루에만 32건의 입금 내역이 발견된 날이 있다”며 “그 날이 2018년 1월이기 때문에 그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가입자를 모집한 것으로 유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32건의 입금 내역 모두 각기 다른 지갑 주소로부터 온 것이라, 조주빈 개인이 한 거래라고 보기엔 비정상적인 패턴”이라고 덧붙였다.
지갑 주소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각 거래소를 통해 입금된 횟수이며 입금자 수는 아니다. 예를 들어 업비트에서 입금된 건이 93건이라고 해서 93명의 박사방 가입자가 업비트를 썼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 명이 여러 번에 걸쳐 입금했을 가능성이 있다. 업비트를 이용해 이더리움을 보낸 가입자 수는 90명일 수도, 80명일 수도 있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몇 명인지, 누구인지는 업비트가 명단을 추적해야 한다. 현재 업비트, 빗썸, 코빗 등은 모두 경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장 CSO는 “거래소에서 바로 보낸 경우에는 거래소별로 보낸 사람이 몇 명인지는 알 수 없다”며 “이더리움이 출금된 지갑이 개인 지갑이 아닌 거래소의 핫월렛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여러 사람이 출금했어도 블록체인 상에선 같은 거래소 지갑에서 돈이 빠져나간 걸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상 데이터로는 거래소별 입금자 수가 아닌 입금 횟수만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크립토퀀트는 간접적으로 입금자 수를 추측했다. 조주빈이 한 사람으로부터 받은 금액이 최대 250만 원이라고 보고, 250만 원 이하로 입금한 지갑들만 분류해 예상 인원수를 추린 것이다. 이 추정에 따라 조주빈에게 이더리움을 보낸 사람들은 114명 정도다. 주로 박사방이 활성화되기 전인 2018년 1월부터 6월까지 입금한 사람들이다. 또 250만 원 이하로 입금한 지갑들만 분류해 계산한 조주빈 이더리움 지갑의 누적 금액은 총 11억 2,354만 원이다. 당시 이더리움 시세에 맞춰 환산한 금액이다. 250만 원 기준 없이 단순 계산한 누적 금액은 24억 원이다.
개인 지갑으로 이더리움을 보낸 사람들은 대부분 국내 거래소를 이용했다. 국내 거래소에서 이더리움을 산 뒤 개인 지갑으로 보내놓고 이후 조주빈에게 전송한 식이다. 장 CSO는 “개인 지갑에서 온 자금의 이력도 추적했더니 거의 다 국내 거래소에서 온 이더리움이었다”고 설명했다.
4대 암호화폐 거래소를 비롯한 다수 국내 거래소들이 수사 협조를 약속했으므로 개인 지갑을 이용한 가입자들도 추적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개인 지갑의 자금이 어느 거래소에서 왔는지 추적하는 과정을 하나 더 거쳐야 하지만, 이 과정만 거치면 거래소의 협조로 명단을 추릴 수 있다.
실제 조주빈은 이더리움보다 비트코인과 모네로를 더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이 이용을 권장한 암호화폐 구매대행업체 베스트코인은 디센터에 “우리를 통해 모네로를 보낸 사람은 100여 명이었지만 이더리움을 보낸 인원수는 한 자리 대로,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비트코인과 모네로 지갑 주소를 분석하면 해외 거래소를 통한 입금 건수 및 입금자 수도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크립토퀀트의 이더리움 지갑 분석에서도 바이낸스와 후오비를 통한 입금 건수는 각각 13건과 12건으로, 국내 거래소 코빗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해외 거래소는 국제 수사 공조를 요청하는 등의 방식으로 협조를 요청해야 하기 때문에 명단 파악이 까다롭다. 경찰이 해외 거래소에 수사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지도 향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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