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전용 SNS 디스코드(Discord)에서 국내 거래소 빗썸을 사칭하며 암호화폐를 구매해주는 ‘대행방’이 운영되고 있다. 해당 채널에는 600명이 넘는 유저들이 참가하고 있으며, 적게는 10달러부터 많게는 45,000달러(5,500만 원)까지 고액 단위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유저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대행방에서는 일반적인 암호화폐 거래소처럼 암호화폐 구매·전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행방을 통해 암호화폐를 구매하려면 공지사항에 공개된 카카오톡 일대일 오픈 채팅방에 입장해야 한다. 이후 입장한 방에다 △입금자명 △구매를 희망하는 코인과 금액 △전송받을 개인지갑 주소를 남긴다. 대행방 운영자가 입금을 확인하고 해당 주소로 암호화폐를 전송하기까지는 보통 30분 정도 소요된다. 대행방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는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대행방에선 암호화폐를 대신 팔아주기도 한다. ‘빗썸 에이전시 코리아’ 채널 같은 경우 판매한 암호화폐 금액이 50만 원 이하일 경우엔 고정 수수료 30,000원을 받는다. 100만 원 이하면 판매금의 4.5%를 원화로 받는다. 25일 코인원 기준 비트코인(BTC) 50만 원을 판매했을 때 거래소에 내야 하는 수수료는 1,000원 수준에 그친다.
디스코드에서 운영되는 구매 대행방에서는 별도의 고객신원인증(KYC)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거래소에서 원화로 암호화폐를 구매하려면 자신의 신분증을 들고 사진을 찍는 방식의 KYC 과정을 거친다. 4대 거래소라 불리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은 은행과 연동된 실명계좌를 통해 원화를 입금할 수 있다. 이외 거래소에선 거래소의 법인계좌에 원화를 입금하고 일일이 입금자를 확인하는 ‘벌집계좌’ 형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하지만 대행방에서는 구매를 희망하는 신청자와 입금자의 이름이 동일한지 여부만 확인할 뿐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인 만큼 암호화폐를 판매하는 주체도 불분명할뿐더러, 구매하는 유저 또한 자신의 신원을 증명하지 않는다. 이처럼 양측의 책임 소재가 불투명한 환경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더 큰 피해를 받는 쪽은 원화를 먼저 입금하는 구매 희망자 쪽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위해 채널 운영자에게 문의한 결과 대행방 관계자는 순수하게 빗썸과 관계가 없는 곳이라고 털어놓았다. 관계자는 기자의 질문에 “빗썸이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방이 아니”라고 말했다. 서비스를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하고자 구매대행를 부탁하자 “현재는 고액 고정거래 중이어서 (소규모) 일반거래는 모두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채널에는 현재까지 거래된 금액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거래신청현황’란이 존재한다. 공개된 현황에 따르면 단일로 가장 고가에 거래된 금액은 약 45,000달러(5,500만 원)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디스코드 채널에 다른 서비스 홍보를 위한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고, 일정 기간 동안 광고료를 받는 것이다. 빗썸 에이전시 코리아(Bithumb Agent Korea) 채널에는 △불법성인물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 △부계정 거래 △코인 채굴과 관련된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는 상태다.
빗썸은 이번 사칭 건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빗썸 관계자는 “빗썸은 거래소를 제외한 어떤 별도의 중개사도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도 빗썸을 사칭하는 사례들이 많았으며 공지사항을 통해 엄중한 주의를 전한 바 있다”며 “(이번 디스코드 사칭은) 사안에 따라 경찰청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의뢰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재석기자 cho@decenter.kr
- 조재석 기자
- cho@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