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킬러’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암호화폐 이오스(EOS). 빠른 거래처리 속도와 DPoS(위임지분증명, Delegated Proof of Stake)라는 합의알고리즘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획기적인 합의알고리즘처럼 보였던 DPoS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누구나 블록을 생성할 수 있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EOS 보유자들의 투표로 선정된 21명의 블록프로듀서(BP)가 블록을 생성하는 DPoS의 특성은 ‘중앙화’됐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투표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생산성이 뛰어난 BP 후보보다 EOS ‘고래’들과 친한 BP 후보들이 표를 많이 얻는다는 비판이 나온 것. 이후 이오스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블록원은 이오스 생태계에 기여하는 BP를 위해 투표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EOS를 가장 많이 보유했음에도 투표에 관여하지 않았던 블록원은 이오스 거버넌스를 건전하게 만들겠다며 투표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블록원이 블로그에 올린 공지에 따르면 블록원은 이달부터 BP 투표를 시작한다. 아직 투표를 시작하지는 않았으나 블록원 계정인 ‘b1’은 약 9,000만 EOS를 스테이킹해뒀다. 이오스 네트워크에선 EOS 보유자들이 코인을 스테이킹해둔 뒤 투표에 참여하며, 당선된 BP들은 블록 생성으로 얻은 EOS를 투표자들에게 분배한다. 블록원은 이런 스테이킹 시스템이 향후 토큰이코노미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투표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블록원이 투표를 시작하면 이오스 거버넌스는 더 투명해질지, 가격에도 영향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가격 전망은 늘 확신할 수 없으나. 블록원의 이오스 생태계 참여가 가격에 영향을 줄 만한 경우의 수를 알아봤다.
지난 3월 블록원은 이오스 메인넷 초기부터 BP였던 ‘이오스 뉴욕(Eos Newyork)’ 팀을 영입했다. 블록원은 이오스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쌓고 이오스 네트워크를 육성하고자 이오스 뉴욕 팀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오스 뉴욕은 퍼블릭 블록체인 부서로 합류하며 이 부서는 투표 참여 업무를 맡는다.
이오스 뉴욕과 댄 라리머(Dan Larimer) 블록원 공동창립자는 비슷한 의견을 낸 적이 있다. 투표를 하지 않은 EOS 보유자도 스테이킹을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다. 이오스 뉴욕은 지난해 6월 새로운 보상 모델을 제시한 블로그 글에 이 같은 주장을 포함했고, 댄 라리머도 지난해 10월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보상 방법에 관한 세부 내용은 달랐으나 주요 의견은 같았다.
블록원이 투표에 참여하며 이오스 생태계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스테이킹 보상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이기호 이오스 얼라이언스 커뮤니티 매니저는 “이오스 스테이킹 보상이 일종의 금융 상품처럼 간주되면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원은 투표 참여와 함께 이오스 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블록원 측은 “이오스 재단을 어떤 모델로 설립할 것인지 구상하고 있다”며 “법적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탈중앙화를 보장하는 재단을 만들기 위해 커뮤니티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전했다.
그동안 블록원은 이오스의 기반인 이오스아이오(EOSIO)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매진해왔을 뿐, 이오스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블록원의 이오스 재단 설립은 투표 참여와 더불어 이오스 생태계에 참여하려는 적극적인 행보다.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들의 사례를 보면 재단의 행보는 암호화폐 가격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재단이 활발히 활동하면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하는 식이다.
이기호 매니저는 “완전히 들어맞는 사례는 아니지만 트론 재단의 행보와 트론(TRX) 가격 간 인과관계를 참고할 수 있다”며 “이오스 재단이 이오스 블록체인을 엑셀러레이팅하고 마케팅에도 도움을 줄 경우 EOS 가격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현영 기자 hyun@
- 박현영 기자 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