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를 규제하는 내용이 담긴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시행령'이 3일 입법 예고를 앞두고 있다. 업계의 가장 큰 화두였던 실명인증 가상계좌 발급 여부는 각 은행이 최종 판단하게 됐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실명계좌를 통한 금융거래를 진행해야 한다. 법인 명의 계좌로 예치금(원화)을 입금받는 일명 '벌집계좌' 방식은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원화 입출금 기능이 없는 경우 실명계좌 발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현재 은행으로부터 실명인증 가상계좌를 발급받아 사용 중인 곳은 빗썸, 코인원, 업비트, 코빗 네 곳뿐이다.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 업비트는 케이뱅크, 코빗은 신한은행과 계약을 체결했다.
실명인증 계좌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고객 예치금 분리보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고객 거래내역 분리 관리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 없음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신고 불수리 요건에는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해당한다. 신고가 직권 말소되고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도 포함한다.
실명인증 계좌 발급 여부는 은행이 최종 판단한다. 시행령에서 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계좌를 발급받지 못할 수 있다. 시행령은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금세탁 방지 절차 및 업무 지침을 확인하고,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하도록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마다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규정이 다르다"며 "보수적인 곳도 있고, 반대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내한 요건을 충족한 모든 가상자산 사업자가 실명인증 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시행령에 따라 일부 암호화폐 지갑 업체들도 가상자산 사업자로 분류됐다. 지갑 업체가 고객의 프라이빗 키를 대신 관리할 경우 특금법 대상이다. 이들도 법이 지정한 △가상자산 이전 정보 제공(트래블 룰) △다크코인 취급 금지 등을 준수하고, 사업 신고를 해야 한다. 지갑사업자도 원화 입출금을 통한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한다면 은행으로부터 실명인증 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지갑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자금세탁 방지와 ISMS인증 관련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서 은행들과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명인증 계좌 획득이 고민"이라며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은행은 비교적 보수적인 입장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빗썸, 코인원과도 6개월에 한 번씩 자금세탁방지 관련해 검토 및 조율을 진행 중"이라며 "이제 시행령이 나온 단계이기 때문에 법을 검토한 후 진행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노윤주 기자 daisyroh@
- 노윤주 기자
- daisyroh@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