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금융(디파이·Defi) 인기가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올해 1월 16조 원 수준이던 전체 디파이 프로젝트 예치금은 한 달 새 44조 원으로 늘어났다. 디파이 시장 성장과 함께 제도적 정착을 이루기 위해 법률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 법학회는 17일 '디파이 톺아보기: 사회적 기술과 금융혁신 모델로써 잠재성과 제도 및 법적 접근'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서 김동환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 프로토콜 서비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를 분석했다. ▲탈중앙화 거래소(덱스·DEX) ▲토큰 발행 플랫폼 ▲암호화폐 예치·대출 플랫폼 ▲온체인 마켓 등이 이 분류에 속한다.
그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계약으로 본다면, 중개자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해석했다. 반면 덱스는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 적용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 변호사는 "덱스는 통상 거래소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유동성 풀 또는 P2P 교환 방식을 이용해 암호화폐를 교환해주는 '스마트 컨트랙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을 중개하는 거래소의 범주에 덱스를 포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예치·대출 플랫폼도 탈중앙화된 구조를 채택하기 때문에 거래 중개자 또는 서비스 제공자가 없다. 이에 덱스와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는 법 규제가 부재하다. 디파이 대출은 특정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또 다른 암호화폐를 대출받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담보를 맡긴 보상으로 거버넌스 토큰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김동환 변호사는 "이런 형태의 거래 구조를 기존의 담보 대여 개념에 포섭시킬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세틱스 등 합성자산 디파이 유형은 규제 가능성이 크다. 디파이에서의 합성자산 투자는 투자자가 원하는 실물자산을 선택하고, 그 자산과 가치가 연동된 암호화폐를 발행받는 형태다. 직접 투자 없이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이는 선물거래소, 증권거래소와 밀접한 연관성을 형성할 수 있다"며 "기존 금융권 보호 차원에서 선제적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정수호 변호사는 디파이 프로젝트도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했다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김동환 변호사는 덱스를 포함한 디파이 프로젝트에는 기존 법 규제를 적용할 근거가 없다고 해석한 바 있다.
올 3월 시행을 앞둔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AML)에 초점을 맞춘 일종의 라이선스 제도다. 사업 영역이 법에서 규정한 가상자산 사업에 속할 경우 ISMS인증, 실명인증 은행계좌 발급 등 신고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 변호사는 "디파이 프로젝트에서 자체적으로 발행된 스테이블 코인이나 거버넌스 토큰은 위 법상 가상자산의 정의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며 "담보대출, 덱스, 파생상품, 디지털 자산 등 대부분 디파이 유형은 위 법상 가상자산 사업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디파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관련 스테이블 코인 등을 발행하는 주체들은 특금법에 따라 금융당국에 사업을 신고하고, 의무를 준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는 2022년부터 암호화폐 거래를 통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이에 연간 암호화폐 거래 소득 금액이 25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세금을 내야 한다. 세율은 지방세 포함 소득금액의 22%다.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과세 대상이 되지만, 디파이에는 과세 적용이 어려워 보인다. 정수호 법무법인 르네상스 대표 변호사는 보고서에서 "현재 과세방안은 가상자산(암호화폐)을 매수했다가 이를 매도하면서 발생한 이익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보대출형 디파이는 매도·매수가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덱스 역시 이용자간 P2P 거래를 중개하는 형태로 '양도 대가를 지급하는 자'라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운영 주체가 없는 덱스 특성상 이용자 간 거래 명세서 확보와 원천징수세액 징수 방법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노윤주 기자 daisyroh@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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