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가상자산 거래로 연간 250만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초과분에 20%를 과세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2월 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과세 표준이 되는 가상자산 소득 금액은 양도대가(시가)에서 취득가액, 부대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오는 2022년 1월 1일 전부터 보유한 가상자산은 2021년 12월 31일 당시의 시가를 취득가액으로 규정했다. 플라이빗을 비롯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를 준비 중인 거래소들은 과세 대응을 위해 시스템 개발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가상자산이 투자 자산으로 분류된다면 당연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가상자산이 결제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 소득’과 ‘구매 결제'의 이해 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가상자산을 매매하고 원화를 출금하는 것과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를 통해 보유한 가상자산으로 상품을 바로 구매하더라도 동일하게 기타소득세 20%가 부과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란 사람이 보유한 가상자산의 시세가 올라 250만 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했다. 그런데 A가 테슬라, 페이팔 등 가상자산 결제를 도입한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보유한 비트코인(BTC)으로 결제를 했다면, 투자 소득이 있기 때문에 구매 결제에 필요한 취득세와 부가세를 납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타소득세가 추가로 20% 부과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쉽게 말해 가상자산 거래로 연간 550만원의 소득이 발생한 투자자가 추가소득으로 1년 간 피자를 300만원 어치 가상자산으로 구매해서 먹었다면 20%에 해당하는 약 60만 원의 기타소득세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난센스(nonsense)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과연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고객이 가상자산으로 상품을 결제하려고 할지, 가상자산 결제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가상자산으로 결제한 금액에 대해서는 환급 이슈까지 포함하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가상자산 ‘매매’와 ‘결제’ 영역의 구분이 필요한 이유다. 이와 관련하여 해외 외신에서도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가볍게 넘길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국가 간 협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상자산 결제와 관련된 조세 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세경 한국디지털거래소 이사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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