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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클레이튼, 30배 올랐지만 취득 과정 깜깜이···탈세 여부 정조준

■ 국세청, 그라운드X 세무조사

장부 기재·세금 신고 여부 등 관건…추가 보상 물량도 쟁점

가짜 직원에 코인 지급 땐 추적 어려워 '비자금' 악용 가능성

업계 "올것이 왔다" 예의주시…전방위 압박에 공멸 우려도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 멤버./출처=그라운드X.


과세 당국이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암호화폐업계는 “올 것이 왔다”면서 긴장 속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무조사 결과 ‘클레이튼(KLAY)’을 활용한 탈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 전반으로 세무조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암호화폐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취득하거나 거래할 때 발생하는 수익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탈세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과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를 직원들에게 나눠줄 때 과세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하지만 국세청은 일부 암호화폐 발행 기업들의 경우 탈세 목적으로 신고를 누락했을 것으로 보고 세무조사의 고삐를 더욱 당기겠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이는 그라운드X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다. 지분 관계는 다소 복잡하지만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카카오가 자리잡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오래전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라운드X가 자체 개발한 디지털 자산 지갑 ‘클립’이 카카오톡에 탑재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라운드X는 암호화폐 클레이튼의 발행사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이다보니 클레이튼은 지난 2018년 발행할 당시부터 투자자들 사이에서 ‘카카오 코인’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문제는 그라운드X가 클레이튼을 발행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탈세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는 점이다. 그라운드X는 2018년 클레이튼 100억 개를 한꺼번에 발행했다. 이후 해외에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프라이빗 세일을 진행했다. 2018년 진행된 1차 모집에서는 개당 0.03달러, 2019년 4월 진행된 2차 세일에서는 개당 0.08달러에 팔았다. 19일 오후 2시 8분 코인마켓캡 기준 KLAY 가격은 전일 대비 7.51% 떨어진 1.03달러다. 1차 모집에 들어간 기관투자가라면 가격이 많이 하락한 현 시가 기준으로도 자산이 30배 이상 불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그라운드X는 당시 기관투자가들에게 판 물량과 보호예수(록업) 기간 등을 함구하고 있다. 클레이튼이 ‘누구에게 얼마의 가격으로 얼마만큼’ 빠져 나갔는지 대외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어 과세 당국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라운드X는 물론이고 이 회사와 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클레이튼 취득 가격과 수량, 수익을 실현할 당시의 시가 등이 장부에 제대로 기재됐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과세 당국은 그라운드X가 해외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세금 신고를 제대로 했는지도 따져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라운드X는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클레이튼을 발행하고 투자금을 모았다. 국내에서는 암호화폐공개(ICO)가 사실상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암호화폐 발행 기업들이 거래 상대방에게 재화나 용역을 제공한 뒤 세금을 탈루할 목적으로 대가의 일부를 익명성이 보장되는 암호화폐로 받는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라운드X 한국 법인이 싱가포르 법인에 용역을 제공한 후 대가로 암호화폐를 받고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라운드X가 발행한 클레이튼을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탈세가 불거질 수 있다. 클레이튼은 동명의 클레이튼 블록체인에서 블록이 하나 생성될 때마다 9.6개씩 클레이튼이 추가로 발행되도록 설계됐다. 연간 증가율은 약 3%로 매년 약 3억 개의 클레이튼이 새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성된 클레이튼은 블록체인 노드를 운영하는 거버넌스 카운슬 등에 보상으로 제공된다. 그라운드X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거버넌스 카운슬에는 카카오와 그라운드X는 물론이고 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지·카카오게임즈·카카오IX 등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가 포함돼 있다. SK네트웍스·아모레퍼시픽·LG상사 등 대기업 32곳도 합류해 있다. 보상으로 받은 클레이튼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클레이튼 역시 마찬가지다. 그라운드X는 일정량의 클레이튼을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직원들은 별도의 록업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언제든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그라운드X가 직원들에게 월급이나 인센티브의 일부로 지급한 클레이튼을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국세청이 문제를 삼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암호화폐 발행 기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비자금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가짜 직원을 서류상으로 채용한 뒤 일하는 것처럼 꾸며 암호화폐를 지급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받은 암호화폐를 거래소에서 현금화하면 추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국세청이 이번 세무조사에서 회사의 세금 과소 납부 외에도 비용 처리 증빙, 세금 납부 세목 등을 따져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이 규제 공백 상태에 놓여 있던 암호화폐를 활용한 탈세 행위에 메스를 들이대면서 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금융 당국이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벌이는 가운데 암호화폐 발행 기업에 대해서까지 세무조사로 옥죄면서 업계가 공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국세청 세무조사의 다음 타깃이 어디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돌고 있다”면서 “암호화폐거래소와 발행 기업에 대한 규제 당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업계 전체가 성장 동력을 잃고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decenter.kr
도예리 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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