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상장폐지 이슈로 시끄럽다. 그 중심에는 업비트와 피카(PICA)가 있다. 업비트는 최근 상장된 코인 25종에 유의 지정을 하고, 이 중 24개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피카 역시 상장폐지 대상이다.
별다른 대응 없이 결과를 받아들인 곳도 있지만, 피카는 즉각 반발했다. 업비트와 주고받은 메신저 및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가장 논란이 됐던 건 마케팅 비용이다. 피카는 상장 시 업비트에게 피카 코인 500만 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시 시세로는 2억 5,000만 원, 올해 4월 최고가(600원) 기준 30억 원에 달하는 물량이다.
피카의 초강수에 업비트도 해명에 나섰다. 24종 중 유일하게 피카에 대해서만 상장폐지 사유를 공개했다. 피카가 상장 심시 당시 제출한 최초 유통 계획의 2.7배에 달하는 코인을 유통했고, 바이낸스 체인 상에서도 코인 5억 개를 추가발행했다는 것. 업비트는 이를 회복이 불가능한 치명적인 문제로 판단했다. 피카 측은 쟁글 및 커뮤니티에 유통량 관련 공시를 했지만, 업비트에는 하지 못했다며 '비밀 발행'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피카가 업비트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이상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그런데 피카와 업비트의 충돌을 보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업비트의 설명대로 유통량이 피카의 상장폐지 사유였다면 업비트 BTC 마켓에 상장된 리나(LINA)도 그 대상이 돼야 한다. 리니어파이낸스는 지난 3월 단시간에 8억 개 넘는 리나를 추가 유통했다. 리니어가 시장에 리나 코인을 내다 파는 형식으로 추가 유통을 진행했고, 이득을 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리니어는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후 거래량이 늘어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리니어도 피카처럼 유통 물량 증가에 대해 업비트에 공시하지 않았다. 쟁글의 조회공시에만 짧게 답변했을 뿐이다.
충분한 고지 없이 단시간에 유통량을 늘린 것은 프로젝트의 잘못이 확실하다. 그러나 피카와 리니어의 엇갈린 운명에서 '누구에게나 동일한 상장폐지 기준이 적용됐냐'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만큼 치명적인 문제라면 모든 프로젝트를 꼼꼼히 따져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게 아닐까? 들키면 상장폐지, 안들키면 그냥 넘어가는 식의 잣대는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폐지를 단행한다는 업비트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 보고싶다.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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