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오는 6일부터 신분증 확인을 의무화한 고객확인제도(KYC)를 시행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도 엇갈리고 있다.
우선 신분증 확인이 추가되면, 대포계좌·차명계좌·외국인계좌 등 시세 조정 세력이 주로 활용해왔던 계좌개설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단기간에 특정 코인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가격 펌핑’ 현상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미 실명인증을 운영하고 있는 현재에도 시세 조정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다 내년 1월 과세를 앞두고 연말 대대적인 가격 펌핑 압력이 존재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지난 2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오는 6일부터 고객확인의무를 시행한다고 알렸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가상자산사업자도 금융회사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모든 회원은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본인 명의의 신분증을 촬영해 실명 인증을 받아야 한다. 신규 회원은 확인이 완료될 때까지 암호화폐 매매나 입출금 등 모든 원화마켓 거래 활동이 불가능하다. 기존 회원도 신분증 확인이 완료될때까지 원화거래가 한번에 100만원 이하로 제한된다.
강화된 고객확인 제도가 암호화폐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먼저 암호화폐 투자 심리 위축으로 시장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형세력에 의한 시세 ‘펌핑’이 어려워지면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도 따라서 약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시세 조종 세력은 보통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려운 대포 계좌, 차명 계좌 또는 외국인 계좌를 사용하는데 신분증 확인이 추가되면실명 확인을 받기 어려워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확인제도가 시작되면 이제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하루에 몇 백 퍼센트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암호화폐 가격 펌핑이 이전처럼 대놓고 이뤄지기 어렵고 펌핑의 크기도 예전 같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거래소에만 상장된 이른바 ‘김치코인’의 경우 그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를 제외한 중소거래소에 상장된 김치코인 상당수가 원화거래를 접게 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금 유입도 줄어들면서 국내 업계 전망이 어둡다는 우려 섞인 예측도 나온다.
고객확인제도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김호중 BSP에셋 자산관리팀장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대부분의 거래가 바이낸스에서 이뤄지는 ‘메이저 코인’의 경우 실명확인 제도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본인 인증을 거치는데도 시세조종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신분증 인증이 추가되는 데 따른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내년 1월 1일로 암호화폐 과세를 앞두고 대대적인 가격 펌핑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팀장은 “김치코인의 경우 해당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연말까지 가격을 크게 올린 다음 내년에 가격을 떨어뜨려 과세액을 줄이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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