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시즌3’의 서막이 열린 것일까. 비트코인 가격이 10월 들어 강세를 이어가자 올해 말 불장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처음 생성된 후 2012년부터 4년 주기로 반감기(비트코인의 채굴량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가 도래하도록 설계됐다. 지금까지 반감기 이듬해(2013년·2017년)의 연말이 다가올수록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됐는데 이달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올해 말도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강세론자로 분류되는 국내외 전문가들은 올해 말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약 1억 2,000만 원)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이런 예측이 실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1일 5,230만 원이던 비트코인은 6일 6,698만 원까지 올랐다. 12일에는 최고 7,147만 원까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5월 이후 다시 7,000만 원을 넘어섰다. 4월에 기록한 역대 최고가(8,140만 원) 돌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지지부진한 가격 탓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 시즌2가 종료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던 한 달 전의 우울한 상황과 비교하면 대반전이다. 실제 비트코인은 6월 3,300만 원까지 하락한 후 7~9월 4,000만~5,000만 원을 횡보해왔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연말 강세장을 예측했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전망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인 해시드를 이끌고 있는 김서준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초 내놓았던 10개의 암호화폐 시장 전망이 대표적이다. 김 CEO는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10만 달러에 도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더리움 가격 전고점 달성 △디파이 총예치금 1,000억 달러 도전 △단일 가치 30만 달러 이상의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등장 등을 예상했다. 그가 전망한 10개 중 6개가 실현됐다. 시장에서는 이더리움 가격이 연초 대비 400%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서 연말 비트코인 10만 달성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유명 암호화폐 트레이더 플랜비(PlanB)의 예측도 비트코인 강세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플랜비는 6월 올해 8월부터 12월까지 가격을 한 번에 예측한 바 있다. 당시 그는 “6월과 7월에는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10월부터 상승장이 시작된다고 전망했다. 현재까지는 8월 4만 7,000달러(약 5,580만 원) 마감, 9월 4만 3,000달러(약 5,110만 원) 마감이라는 두 예측이 모두 적중했다. 반등 후 조정이라는 흐름까지 맞추면서 플랜비는 일약 암호화폐 업계 스타가 됐다. 그는 10~12월 비트코인 마감 가격을 각각 6만 3,000달러(약 7,488만 원), 9만 8,000달러(약 1억 1,600만 원), 13만 5,000달러(약 1억 6,000만 원)로 전망했다.
분석가들이 무턱대고 비트코인 10만 달러를 외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기관투자가 유입이 더욱 활발해진 것을 가격 상승의 근거로 삼았다. 최근 JP모건은 투자노트에서 “기관투자가들이 금에서 비트코인으로 자금을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100억 달러(약 12조 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비트코인 관련 펀드에는 200억 달러(약 24조 원) 이상의 자금이 추가 투입됐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돈 피츠패트릭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CEO는 최근 “규모가 크지 않지만, 비트코인과 몇몇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소로스 일가 자산만을 운용하는 패밀리 오피스다.
기관투자가 움직임에 발맞춰 미국 대형 은행들도 기관투자가 대상 암호화폐 금융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달 초 US뱅코프는 미국과 케이맨제도에 기관투자가를 위한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출시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디지털 자산 연구팀을 신설했다.
비트코인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채굴자들도 ‘연말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채굴자 움직임에서 비트코인 강세가 포착된다고 분석했다. 주 대표는 “채굴자들은 비트코인 강세를 예측하고 있다”며 그 근거로 “중국이 암호화폐를 전면차단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채굴자들이 비트코인을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강세장에서 채굴자들이 현금화를 시도했던 올해 초와 상황이 다르다”며 “미국 채굴자들에 의해 해시레이트(비트코인 연산 처리능력)가 회복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시장에는 한 가지 변수가 있다. 바로 내년부터 시행되는 ‘암호화폐 과세’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코인을 팔아 수익을 볼 경우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연간 암호화폐 투자 소득이 250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지방세 포함 22%의 세율이 부과된다. 과세 시행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암호화폐의 취득가는 ‘증명할 수 있는 실제 취득가액’ 또는 ‘2021년 12월 31일 시가’로 결정된다. 암호화폐 상승장에서는 취득가가 낮을수록 세액이 커진다. 이에 투자자들이 매도 후 재매수를 통해 취득가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투자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낮은 가격에 비트코인을 샀던 투자자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연말에 현금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시장 한정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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