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 10월 28일 가상자산과 가상자산 서비스제공자의 위험기반접근법에 대한 지침 개정안(Updated Guidance for a Risk-Based Approach to Virtual Assets and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s)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은 NFT가 개별 사안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므로 각국의 법률 적용 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적시했다.
#지난 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NFT에 대해 발언했다. 이를 두고 한 매체는 금융위원회가 NFT를 원칙적으로 가상자산으로 규정한다는 취지로 기사를 작성했다. 금융위원회는 여기에 대해 “NFT는 일반적으로 가상자산이 아니며, 다만 결제?투자 등의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해당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FATF 지침과 금융위 답변은 기본적 방향 제시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기준으로 개인이 특정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가상자산 관련 다양한 규제가 형성되는 현 시점에 가상자산사업자 및 NFT 거래 참여자는 어떠한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Financial Action Task Force)는 지난 1989년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방지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G7의 주도로 설립된 자금세탁방지 국제기구다. FATF의 지침 또는 권고는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의 표준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의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또한 FATF의 지침에 따라 입법됐다. 특금법은 불법자금의 국내외 유출입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고 자금세탁 행위를 규제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투명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함을 제정이유로 명시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FATF 지침안에 따르면 NFT는 기본적으로 가상자산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NFT가 지불 또는 투자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가상자산에 해당된다는 게 FATF 입장이다. 각국은 개별 사안에 따라 FATF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FATF의 제정 목적 및 이번 개정안 기재 내용을 종합해볼 때,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NFT도 특금법상 가상자산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일반적으로 NFT는 특금법 상 가상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NFT가 지불 또는 투자 수단으로 사용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나온 발언으로 추측된다. 독립적 가치를 지니는 NFT의 기술적 특성을 감안하면 화폐 기능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불 수단인 화폐가 되려면 사회적으로 합의된 동일한 가치를 지녀야 하는데 NFT는 저마다 가치가 다르다.
다만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NFT 발행 형태에 따라 증권형, 가상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NFT를 가상자산으로 분류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가. 지불 수단
NFT는 각각의 가치가 서로 동일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화폐로 기능하기 어렵다. 그러나 누군가가 NFT를 수천, 수만 개 발행(Minting, 민팅)해 각 NFT의 가치는 동일하다고 선언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해당 NFT로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등 NFT를 화폐로 사용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다면 특정 생태계에선 NFT가 화폐로 기능할 수 있다.
즉, 금융위원회는 NFT가 지불 수단으로 사용되는 특수한 경우에는 NFT를 특금법 상 가상자산으로 포섭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나. 투자 수단
금융위원회는 NFT가 투자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특금법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투자는 증권이나 주식을 구매하는 행위처럼 매수 행위가 투자 이외의 목적으로 판단되기 어려운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미술품 구매 행위도 투자에 포함된다고 하면 NFT 구매 행위는 전부 투자 행위로 규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술품 구매는 투자 목적일 수도 있지만 단순 보유 목적일 수도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금융위원회 입장은 NFT가 증권성 내지 지분성을 가지는 경우에 특금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증권성이란 자본시장법 상 증권성을 가진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NFT 발행 주체의 의도와 무관하게 NFT가 증권성을 가져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NFT는 발행 형식, 구매자와의 계약 내용에 따라 증권성을 갖거나 화폐와 유사한 기능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형태는 창의적인 발상에 따라 다양해질 것이므로 일일이 나열해 규율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금융위원회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규제 예상 범위를 한정하는 최선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NFT 규제의 가장 큰 목적은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에 있다. NFT라는 새로운 개념이 시장에서 기존 상품과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시점에 이러한 규제의 목적을 넘는 과도한 제한은 가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시장 참여자는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을까 우려하고 있다.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간단히 해소될 수 없는 문제다. 이러한 불안을 잠식할 명확한 내용의 공식적 가이드라인이 서둘러 마련되길 바란다.
기고자 소개: 이동준 변호사는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블록체인IT팀 파트너 변호사로서 미국 블록체인협회(Blockchain Council)의 ‘Certified NFT Expert’ 를 취득한 NFT 전문가다.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를 졸업하고 삼성SDS에 입사해 프로그래밍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IT 업계 창업을 도와주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 부산대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공학 전공과 프로그래밍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블록체인IT 분야에서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이동준?디케이엘파트너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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