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금융그룹이 암호화폐 커스터디(수탁) 전담 법인을 신설한다. 시중은행들이 합작법인 형태로 커스터디 사업을 타진한 적은 있지만 증권회사는 미래에셋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전통 금융회사들의 잇따른 커스터디 사업 진출에 대해 암호화폐가 국내 금융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오는 3월 암호화폐 커스터디 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다. 암호화폐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및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에 대한 수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암호화폐 수탁 사업은 사업 연관성이 높은 은행들의 진출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미래에셋에 앞서 KB국민·신한·우리·NH농협 등 대형 은행들은 일찌감치 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 1위인 미래에셋이 수탁 사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시장 선점을 놓고 은행과 증권사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암호화폐 업계는 미래에셋의 수탁사업 진출을 반기는 모양새다. 전통 금융권에서 커스터디 사업에 관심을 기울일 수록 암호화폐 투자의 저변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어서다. 특히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의 암호화폐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선 법인 계좌로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할 수 없다. 지난해 9월 25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됨에 따라 고객확인절차(KYC)를 거친 개인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소 원화 거래가 가능한 탓이다. 지난해 하반기 업비트 등 원화마켓을 지원하는 주요 거래소들은 일제히 법인 보유 자산을 출금하도록 공지한 바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을 금융사 커스터디 서비스를 통해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면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수요는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이 커스터디 사업을 본격화 하면서 은행에 이어 증권가에서도 암호화폐 사업 진출 러시가 시작될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도 나온다. 다음 타자로 가장 유력한 곳은 SK증권이다. SK증권은 지난해 5월 암호화폐 거래소 지닥 운영사 피어테크와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협력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당시 SK증권은 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 가능성에 대해선 “협력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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